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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크라노스 Apr 16. 2020

나이트오프 (Night Off)의 처음

첫 번째 앨범/ 마지막 밤


나이트오프 (Night Off)의 첫 번째 앨범 / 마지막 밤



목소리가 못 보컬과 비슷하네요, 같은 사람인가요? 라는 댓글들이 달리지만 어디에도 그 진위가 드러나지 않은 이름이 있다. “왜 괄호 치고 (이이언, 이능룡) 이라고 안 쓰세요?” “그 이름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의 새로운 음악을 새로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 그게 저희가 원하던 방향이었어요.” 오랜 시간 자신의 이름을 쌓아온 이들이, 전혀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2018년 12월 발매된 ‘나이트오프 (Night Off)’의 첫 번째 앨범 [마지막 밤]의 이야기다.


Q.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이능룡: 보통은 집에 있고, 가끔씩 (이언) 형도 만나고,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최근엔 이상은 씨의 앨범에 편곡 작업으로 참여했어요.

이이언: 반 년 정도 쉬다가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년에는 소진되었단 느낌이 들었는데, 쉬고 나니 너무 잘 되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목적 없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곡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어요. 요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서로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셨죠?

이능룡: 특별한 친분은 없었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지낸 건, 10년이 넘었어요.

이이언: 아주 사소한 교류라도 시작됐던 건 2007, 8년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전화통화로 무얼 물어보고 그랬어요.
 
Q. 처음 마주했을 땐 어땠어요?

이이언: 둘 다 외향적이지 않아서 낯가림이 있었어요. 술 마시면서 그 어색함을 녹인 후엔, 굉장히 금방 의기투합했어요. 재미있게 놀고, 우리 같이해보자는 말도 그날에 나누었고요.




Q. 그 첫 만남이 2012년도라고 들었어요. 실제로 나이트오프 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이능룡: 그날 이후로 막연한 시간들이 있었어요. 못 앨범이 나오기 전이었고, 언니네 이발관 앨범은 한참 남아있었어요. 그 이후에 함께 하자는 이야기였거든요. 또 그런 걱정도 있었어요. 술 마시고 나눈 대화라서, 혹시 나 혼자만 기억하면 어쩌지 하는 불확실함이요.

이이언: 그래서 가끔씩 만나는 자리가 생기면, 그때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함께 하기로 했는데, 기억하시죠?”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상기시켜주는 날들이 있었어요.
 
Q. 이제 진짜 시작, 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건 누구인가요?

이이언: 언니네 이발관 마지막 앨범이 나오고, 시간 여유가 생기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능룡이가 연락을 해왔어요. “형, 이제는 할 수 있어요.” 하고요.
 
Q. 두 분이 함께한다는 소식에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이능룡: 되게 폭발적이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뉴스가 될 거다, 재미있는 사건이 될 거다,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정말 많은 기대를 해주셨어요.




Q. 나이트오프의 시작 단계는 어땠을지 궁금해요.
 
이능룡: 부담이 컸어요. 뭔가 들려줘야 하는데, 싫어하면 어떡하지? 아 괜히 하자 그랬나?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안 되잖아요. 언니네 이발관이 마무리되고 사람들한테도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데, 하던 걸 하면 안 되는데, 또 ‘이이언, 이능룡’이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을 텐데, 하는 부담감들이 있었어요.

이이언: 서로 뭔가를 던지기는 하는데, 그게 처음에는 탁탁 주고받으면서 척척 쌓이지가 않았어요. 던지면 돌아오지 않거나, 그냥 먹히거나 했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 몇 개월간 있었어요.

이능룡: “이 부분은 이게 좋으니까 이렇게 합시다.”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서로 되게 조심스러운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작업이 더디었던 것 같아요.




Q.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에 대해 편해졌어요?
 
이능룡: 작업물을 얼추 만들어냈어요. 괜찮네 하고 헤어지려는데, 형이 “잠깐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해서 작업실로 돌아간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가 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작업물은 서로의 것을 그냥 이어붙인 느낌이었거든요. 그것보다는 둘이 섞였을 때만 가능한 어떤 걸 만들어내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이언: 능룡이의 이런 것과 나의 이런 것을 붙여 놓았으니까, 어쨌든 우리가 같이 작업한 결과물이니까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흔적들을 느낀 거예요. 언니네 이발관 시절의 그것과 못 시절의 그것이라던가, 작업하는 방식이라던가 하는 것들을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의 편곡을 뒤엎고 다시 작업했던 그때가, 지금의 나이트오프로 향하는 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Q. 작업과정에선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요?
 
이능룡: 말로 하진 않았지만, 불문율로 생각하던 게 있었어요. “미안하지만 이건 이게 맞는 것 같아.” 처럼 누군가 강하게 얘기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혹여 납득이 안 되더라도, 상대를 믿고 가는 거예요. 저는 이 포인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이이언: 두 사람의 의견이 완벽하게 합의될 수 없잖아요. 누구 한 사람이 정말 강하게 맞다고 하거나, 정말 강하게 아니라고 얘기하면 그 의견을 따르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 그건 어쨌든 나이트오프에서 풀기엔 맞지 않는 거죠.

이능룡: 서로의 기질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빈번하고 쉽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심사숙고해서 꺼낸 얘기라는 걸 아니까요.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있었어요.




Q. 그렇게 상대를 믿고 따라갔던 것들이, 결과물로 나왔을 땐 어떤 생각을 했어요?
 
이능룡: ‘잠’의 데모버전 보컬이 지금보다 훨씬 진했어요. 저는 그 호소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담담한 보컬로 다시 녹음한 거예요. 노래를 듣고 그날 밤을 새우면서 생각했어요. 한참 고민하다가, “형 저는 이런 부분이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없어진 것 같아요.” 했는데, 형이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아. 이 노랜 그렇게 부르면 안 돼.” 하더라고요.

이이언: 능룡이가 양보를 해준 거죠. ‘잠’이 저희 둘 다 서로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던, 처음이자 마지막 사건이었어요.

이능룡: 다시 녹음하기엔 시간이 촉박하기도 해서, 아쉬운 마음을 접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노래는 담담하게 불러야 했구나. 여기서 더 과잉됐으면 부담스러웠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이이언: 저도 비슷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아 그래? 나는 이게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싶었지만, 능룡이 말에 따라서 포기한 것들이 있었어요. 나중에 음악을 들어보면, 제가 나무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능룡이가 숲을 보는 관점에서 얘기해줬다는 게 느껴지곤 했어요.



Q. 첫 싱글이 발매되고, 기분이 어땠어요?
 
이능룡: 우울했어요. 뭐랄까 현실을 인식하게 된 시작이었어요. 나이트오프라는 새로운 이름을 꺼내보였을 때, 그 반응이 미미하다고 느꼈어요. 사람들 입장에선 처음 들어보는, 전혀 모르는 신인이니까 당연한 건데 말이죠. 오랜 활동을 해오다가 다시 그 처음을 현실로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어요.

이이언: 저는 그런 실망감은 아니었는데, 진행되는 여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서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음악 외적으로 모든 실무와 결정의 주체가 되니 힘들더라고요. 이렇게 모두 맡아서 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능룡: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기대였던 것 같아요. 팀 이름이 ‘이이언, 이능룡’인 것도 아니고 어떤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잘 될 거야. 우리를 바로 받아들일 거야.” 라는 기대를 했다는 자체가, 과하지 않았나 싶어요. 



Q. 시작하는 데 있어,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존재했네요.
 
이이언: 또 의외였던 건, 리스너들에 대한 예상이었어요. 저희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중에 2~30대 분들이 많아요. 예전부터 못과 언니네 이발관을 지켜봐왔다기 보다는, “나이트오프?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음악 좋네.” 하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능룡: 사실 그게 저희가 바라던 그림이었어요. 발매되고 나서, 대형 기획사 다니는 친구가 “형, 원래 다 겪는 거예요.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런데 왜 괄호 치고 (이이언, 이능룡) 이라고 안 쓰세요?”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이언, 이능룡’ 그 이름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의 새로운 음악을 새로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 그게 저희가 원하던 방향이었어요.



Q. 앨범들이 발매되고 일 년 정도 지났는데,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세요?
 
이이언: 일 년 전에 비해 부담이 많이 사라졌어요. 우리의 작업물을 내보였을 때 어떤 반응일지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졌죠. 지금 돌이켜보면, 옳은 선택들을 해서 후회 없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을 돌려서 다시 만든다면 이렇게 해야지, 생각해볼 법도 한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정말 만족스러운 앨범이에요. 우리가 하던 그대로 계속해나가면 되겠다는 생각들을 요즘 하고 있어요.

이능룡: 서로 간의 시스템이 구축된 것 같아요. 작업방식뿐만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성격적인 측면도 파악됐고요. 사실 친하지가 않았던 거예요. 호감이 있는 것과, 친한 것과는 다른 얘기잖아요. 이제는 그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속 잘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Q. 나이트오프 작업을 통해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이언: 음악생활에 있어서 나이트오프 작업이 정말 큰 계기가 됐어요. 못과 이이언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노력했지만, 어떤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능룡이랑 작업하면서 그것들을 벗고 바깥으로 나오는 기분이 들었어요. 기존에 해오던, 잘하고 익숙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방식들로부터요. 시야가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고, 덕분에 요즘 작업이 너무 잘 되는 것 같아요.



Q. 나이트오프 앨범이 어떤 앨범으로 남길 바라나요?
 
이이언: 좋은 유행가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생각날 때마다 꺼내 듣고, 보다 캐주얼하게 자주 듣는 그런 앨범이요. 심오하게 어떤 명반이야, 이런 것보다도 익숙하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고 싶어요.

이능룡: 얼마 전에 SNS 메시지로 외국 팬분의 연락을 받았어요. “굉장히 우울했는데, 나이트오프 음악을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너희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내가 알아들을 순 없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편해지고 위로가 된다. 정말 오랫동안 너희를 지켜볼 팬이 되겠다, 너무 고맙다.” 이런 메시지를 받았어요. 저희가 담백하게 얘기하는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앨범으로 남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이이언: 아주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나이트오프의 곡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에 발표하려다가 정리가 덜 돼서 보여주지 못한 노래들도 있고, 새롭게 작업해보려는 노래들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멀지 않은 시기에 또 작업물을 발표하게 될 것 같아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니까, 나이트오프를 계속 기대하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능룡: 형이랑 나이가 들어서도,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드문드문일지라도, 계속 우리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 또 새로운 음악을 발표한다면, 그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요즘 나누고 있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 멀고도 꾸준한 미래의 다음 단계가 될 것 같아서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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