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청명한데..?
"선생님 오늘은 구름 지수가 조금 높아요."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학생이 나에게 한 말이다. 나는 무슨 말인가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이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세상 청명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구름 지수가 왜 높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선생님이 보기에는 오늘 날씨가 엄청 맑아보여서 말이야."
"바깥 날씨 말고요, 제 마음이요. 오늘 구름이 많아요."
아하! 이 학생은 오늘의 진짜 날씨를 말한 게 아닌 '마음의 날씨'를 말한 거였다.
구름 지수가 높은 이유를 물었더니 학교에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고, 그래서 속상했고. 그 상태를 '마음에 구름이 잔뜩 껴서 흐리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친구에게는 마음속에 하늘이 존재했다. 이후로도 이런 식으로 본인 마음의 상태를 자주 전했다.
이론교재를 풀다가도 "선생님! 이 문제는 틀렸어요."
"그래? 한 번 볼까?"
"하늘색은 이렇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오늘 저의 하늘색은 이 색(붉은 계열)인데, 이 색연필로 칠해도 돼요?"
"오늘 ㅇㅇ이의 하늘은 분홍분홍 하는구나! 물론 되고 말고."
이렇게 아이들의 표현과 생각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나잇대가 어릴수록 더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재밌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길지 않은 수업시간이지만 아이들의 말을 끊지 않고 최대한 끝까지 들으려고 한다. 감수성이 높은 친구일수록, 예민함도 높은 친구들이 많은데 이런 친구들의 경우 무작정 말을 끊고 수업을 진행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먼저 물어보기도 하며 공감해 줄수록 그만큼 수업 집중도도 확실히 배로 좋아지는 편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너무 좋은 영향을 준다. 책과 영화, 또는 전시들을 보고도 얻을 수 없는 감각들을 팍팍 깨어주는 느낌, 좋은 자극이 된다.
기본적으로 올바르게 악보를 읽게 하고 제대로 된 테크닉을 알려주는 것 몹시 중요하다. 하지만 음악이 우리에게 말없이 함께하며 그저 위로가 되어주듯이 나 또한 그들의 마음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주고 귀 기울이며 위로가 되어주는 다정한 선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