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새해에 또 설레는 이유

새해 복 제일 많이 받은 사람?

by 정든



"5. 4. 3. 2. 1!! Happy New Year!" 새해가 밝았다.




들뜨고 상기된 목소리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곁에 있는 이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다. 1월 1일 00시가 되자마자 휴대폰 알림은 쉬지 않고 울리고 그 메시지들에는 새해 인사와 덕담이 가득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우리 건강하자. 부자 되자. 계획하고 소원하는 일들 모두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라!' 그렇게 새해 첫날, 우리는 온종일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한해를 응원하는 온정 가득한 하루를 보낸다. 보냈었다.


12시가 땡 하면 보내는 새해메시지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사람이 바로 나였을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1시 55분부터 보내고 싶은 말을 적어두고 59분부터 두근두근 거리며 '전송'에 손가락을 두고 기다렸던 사람. 교회를 다니고부터는 송구영신예배 덕분에 열두 시 땡 전송은 못하게 됐지만 그렇다. 나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올해는 먼저 보낸 메시지가 하나 없다. 그저 오는 메시지에만 맘 꾹꾹 담아서 감사와 새해 복을 함께 나누었다. 이유가 뭘까?


첫 번째로는 sns. 굳이 한 명 한 명에게 보내지 않아도 게시물 하나에 피드 하나에 새해 인사를 하고 나눌 수 있다. 또 하나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새해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확연히 줄어든 탓이 아닐까 싶다. 새해에도 하루는 24시간 동일하고 우리는 어제와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정신 차려보면 1월 1일은 지나고 2일.. 5일.. "아니 벌써 1월도 반이 지났네?"를 외치는 나를 만나게 됐지. 이 과정을 많이 반복할수록 새해에 대한 큰 감흥이 없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새해를 기다리고 반긴다. 서로에게 주고받는 메시지는 줄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해 다짐도 하고 계획도 짜고 헬스장 등록도 한다. 여전히 우리는 새해에 설레고 있다.




나는 새해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다이어리를 구매한다.


요즘 일정관리, 투두리스트, 하루루틴관리 등등 예쁜 디자인과 편리함을 두루 갖춘 휴대폰 어플들이 정말 많지만 나는 꼭 내가 1년 동안 함께할 다이어리를 색과 표지와 구성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매년 구매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진심인 사람이냐고? 그렇지도 않다. 연말에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1-2주 펼쳐보지도 않아서 텅텅 빈 곳도 많고, 무슨 글을 써둔 건지 글씨를 너무 멋지게 흘려 쓴 나머지 내용이 확인이 안 되는 글도 많다. 그렇게 생활감 잔뜩 묻은 꼬질꼬질한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해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이다. 이 마음이 바로 우리가 새해를 기다리는 이유 아닐까 싶었다.


새해는 우리가 새로 산 노트(다이어리)이고,

1월 1일은 새 노트의 첫 장을 넘기고 또박또박 이름을 쓰는 순간인 거다.





처음에는 빳빳하고 빤질빤질했지만 항상 갖고 다니며 꼬질꼬질해지고 사용감 넘치는 하지만 버릴 수도 없었던 몇 장 남지 않은 헌 노트를 쿨하게 옆으로 미뤄두고, 우리는 다시 내 맘에 쏙 드는 새 노트를 꺼냈다. 반듯하게 첫 장을 펼치고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예쁜 글씨체로 이름을 쓰고 첫 줄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이 노트는 끝까지 깔끔하고 깨끗하게 마지막장까지 쓰겠다 다짐을 하지.


그리고 그 순간에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지막 장까지 이렇게 정갈한 마음으로 이 노트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쓰다 보면 노트가 구겨질 수도 있을 테고 빠르게 쓰다 보면 글씨는 당연히 흘림체가 된다. 필요에 의해 중간중간 찢기기도 하지만 또 예쁜 메모지로 덧붙여지기도 한다. 그렇게 진짜 나의 노트가 된다. 이름을 굳이 확인 안 해도 쓱 보고 내 거네! 하며 챙겨갈 수 있는 내 손에 가장 잘 맞는 노트말이다. 우리의 1년도 많이 다르지 않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지만 단 하루도 똑같이 흐르는 하루는 없다. 구겨지며 무너지기도 하고 속절없이 그저 흐르는 날들도 있을 거다.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벅찬 날들도 있을 테고 그저 좋은 날씨만으로도 온전한 기쁨을 누리는 날도 있다. 그렇게 다채로운 날들이 모여서 나만의 멋진 한 해를 완성시켜서 쌓아간다.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똑같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족, 연인, 절친한 친구임에도 말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2023년, 각자에게 주어진 1년 365일을 가장 나다운,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멋진 한 해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pocoa_suda_time


그렇게 또 우리는 벌써 몇 장을 넘겼네요,

1월 3일이라니.. (절레절레)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말고 순간순간 소중하게 쓰자 몇 번을 다짐하지만 정말 쉽지 않네요.

그래서 말인데, 돌려줄래? 내 시간..?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