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나와 당신에게
유독 눈물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였다고 한다. 나에게 시선만 줘도 '으앙-' 울어버리는 아빠, 엄마를 늘 쩔쩔매게 만들었던 진상 오브 진상. 그렇게 나는 성격에 큰 변화 없이 학창 시절, 대학시절을 보냈다. 내 생각을 분명하게 남들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어쩌다 용기 내어 내 생각을 말할 때는 감정이 앞서 결국 눈물이 왈칵 터져버리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말하자면 강력한 'i'로 시작해버리는 내향적인 나. 이런 성격 탓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도 시작의 문턱에서 늘 막아서는 두려움 때문에 늘 제일 쉽고 빠른 포기를 선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뭘 그리 겁을 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새로움이라고는 담쌓은 채 매일 반복되는 하루들을 보냈고, 어느 날과 같이 남들의 세상을 구경하던 중에 SNS에 올라온 체코 프라하의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을 보게 되었다. 캄캄한 밤의 어둠을 셀 수 없이 촘촘한 조명들이 반짝이며 밝히고 있었고, 집에 들여놓은 순간 다시 꺼내 볼 일 없는 일명 '예쁜 쓰레기'를 판매하는 작은 마켓들이 차례 지켜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중심을 잡고 있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이게 뭐야? 이렇게 예쁜 곳이 있다고? 아주 작은 화면의 더 작은 네모 속 풍경에 그렇게 마음이 울렁거리다니. 여기는 가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나랑,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보러 갈래? 이 사진 한 번 봐. 너무 황홀하지 않아? 나 꼭 가보고 싶어!" "우리 내년이면 20대 마지막인데 유럽에서 보내는 건 어때?" 그렇게 그럴듯한 이유를 모두 갖다 붙이며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답을 기다리며 초조해할 시간도 없이 친구는 '콜!'을 외쳐주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여행 제안을 한 것은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유럽을 가기 위해 준비한 시간들, 그리고 뇌까지 시리도록 추웠던 겨울 동유럽에서의 낯설었던 2주,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해 준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새로운 걸 마주함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여권 만들기부터 여행 계획, 언어, 길 찾기 등등 낯선 것들 투성이었고 꼭 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고민과 머뭇거림은 일정만 늦출 뿐, 우선 부딪치면 좋게던 나쁘게던 해결은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올려 쌓인 그 문턱을 넘어서니 더 넓은 재밌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문을 잘못 깼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에게 준비되어 있는 시작의 문들은 아주 많아서 그 문을 모나게 깨었다고 해도, 문턱에 폭! 하고 걸려 넘어졌다고 해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 거라는 걸 깨닫고 나니 시작의 문턱에서의 늘 느꼈던 두근거림은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시작에 가장 방해 요소가 되는 '낯섦'에 익숙해지기 위해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원데이 클래스로 하나씩 도전하기 시작했다. 여담이긴 한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또는 지금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게 바로 원데이 클래스다. 원데이 클래스는 전문가 선생님에게 좋은 퀄리티로 비교적 가볍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작품 하나를 무조건 완성할 수 있어서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 정기적인 수강생들을 모집하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응원과 선생님들의 달콤한 칭찬으로 뿌듯함과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생님들이 나에게 해주신 칭찬의 말들은 다 진심이였던 것 같단 말이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가볍게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걸 위주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함으로 낯섦에 대하는 생각과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보고 안돼도 어쩔 수 없지.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됐어.' 라며 실패에 너무 마음 쓰지 않고, 성공에 너무 들뜨지 않게 되었다.
내가 요즘 가장 관심이 생긴 분야는 바로 '글쓰기'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여전히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거나, 상대방을 설득할 때 기가 막히게 내 의도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문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차분하게 앉아 천천히 내 생각을 이 깨끗한 화면에 글로 적어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고 위로와 공감이 되어주기를 소망하며 시작하지만, 뭐, 나 혼자만의 서랍에 고이고이 간직하게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새로운' '시작' '도전'이라는 단어들은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그 떨림은 어쩔 수 없는 긴장과 함께하는 설레는 마음이고,
언젠가는 곧 그 떨림이 '짜릿한 전율'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많은 생각과 두려움으로 고민하는 당신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너무 겁먹지 말고, 어김없이 찾아온 약간의 긴장감을 즐기며 당장 그 일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지금도 열심히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며 애쓰고 있는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