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나도 칠해보자. 내 밑그림을 믿고

by 정든




sns를 보다가 이런 내용의 영상을 보았다.

한 헤어디자이너의 이야기였는데 고객 한 분이 어떤 스타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이 없고, 다양한 스타일을 권유해도 애매한 반응을 보이다 결국에는 클레임을 건다는 내용이었다. 이 몇 문장으로만 전해 들었는데 내가 다 난감하고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 손님은 도대체 어떤 머리를 하고 싶었던 걸까?

무슨 마음으로 미용실 의자에 앉은 걸까?

지금의 모습을 바꾸고 싶은 막연한 마음이 무작정 헤어숍으로 발걸음을 인도한 걸까?


변화하고픈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른다거나,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어지러운 상황이었을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작게나마 어딘가에 남아있었다거나, 본인도 무엇을 원하는지를 몰랐을지도.





나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긴 머리를 꽤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너무 무겁기도 하고 지겹기도 해서 단발로 확 자르고 변화를 주고 싶었다. 며칠을 헤어숍 서치를 하고 후기를 살펴보고 고심해서 디자이너를 선택한 뒤 예약까지 마쳤다. 당일이 되고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서까지도 이 선택이 맞을까, 혹시나 최양락이 되면 어떡하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내 속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나는 스타일 변화를 하고 싶었고 그 단발이라는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결심을 내린 후 커트를 진행했다. 뭐.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닐지라도 머리는 다시 자라니까! (다행히 최양락은 되지 않았다.)



지금의 나를 바꾸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담대함과 무모함의 실행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결과들을 예측해 보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도. 무작정 "바뀌고 싶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그 어떤 방법과 방식으로도 변화할 수 없다. 결국 또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뿐.

내가 원하는 변화된 모습을 내가 모르는데 그 어떤 결과가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겁이 나도, 우선 그려보자.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고 싶다면,

이 마음을 먹은 자체만으로도 큰 용기를 낸 거니까

원하는 변화된 모습을 밑그림으로 그려보자.


그리고 그 그림을 하나씩 색칠해 나가는 거다.

조금 삐져나가고 다른 색과 섞여도 괜찮다.

조심스럽게 그려둔 밑그림을 믿고 끝까지 채색을 완성시켜 보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그림이 완성될지도!







매거진의 이전글그렇게 또다시 같은 다짐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