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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대학교병원 Jan 05. 2023

간암 환자 치료를 위한 다학제적 협진 시스템

서울대학교병원 간암센터

advice. 유수종 서울대학교병원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우리나라의 간암 발생률은 6.1%에 불과한 반면, 5년 상대 생존률은 37.7%로 가장 하위에 속한다(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 그만큼 까다로운 암종이라는 뜻이다. 반면 서울대학교암병원 간암센터는 성인 간 생체 간이식 성공률 99%, 간암 환자 5년 생존률 85.8%, 생체 간 공여자 사망률 0%를 달성하는 등 세계 간암 치료를 선도해왔다. 끊임없는 연구와 최고 의료진의 통합진료, 환자맞춤형 진료시스템 등에 힘입은 결과다. 중년 남성 환자의 사례에 비춰, 서울대학교암병원 간암센터의 진료 역량과 의료시스템을 소개한다.


가상 사례

A시에 사는 55세 전요환(가명) 씨는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B형 간염 보유자다. 하지만 생업을 핑계로 1년 이상 검진을 건너 뛰었고 음주량도 점차 늘리게 됐다. 결국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된 윗배 통증이 심해져 동네 병원을 찾은 후 간암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고 서울대학교병원 간암센터 진료를 예약했다.


진료 당일인 화요일 오전, 전요환 씨는 소화기내과의 초진을 거쳐 CT를 찍었고 정오 무렵 간암센터 소속 5명의 의료진으로부터 협진을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간암센터에서 도입한 당일 다학제 진료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을 따르면 오전에 초진과 검사를, 점심시간 무렵에는 다학제 협진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진단 결과 전요환 씨는 진행성 간암에 걸린 것으로 판명이 났다. 종양이 크고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아서 당장은 간 절제술이나 이식을 받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였다.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색전술, 고주파 열치료, 방사선 치료를 두고 한참을 논의하던 의료진은 색전술 후 반응성을 보고 간이식 수술을 하는 것으로 진료 방침을 결정했다. 전요환 씨가 색전술을 받는 사이, 간암센터에서는 간 기증자인 전요환 씨 형의 간 건강을 점검하고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관리에 나섰다. 이후 전요환 씨는 간이식 수술을 거쳐 무사히 퇴원했고 현재는 간암센터 외과 정기 진료를 통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생활습관 관리에 힘쓰고 있다.


"간암은 만성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 유수종 소화기내과 교수


사례와 같은 환자에게는 생활습관 교정부터 권합니다. 술과 담배를 끊고, 식사량을 조절하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는 등의 일이죠. 일반적인 건강 상식의 범주로 여길 수 있지만 술과 담배, 복부 비만 등은 막연히 나쁜 것이 아니라 간암 발생의 위험 인자이기 때문입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로서 저는 정확한 진단과 새로운 연구로 간암 치료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간암은 영상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저는 조직 기반의 진단을 권하는 편입니다. 조직 검사를 하면 진단이 한결 정확해질뿐더러 최근 발전하고 있는 면역/표적 치료제 적합성 여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항암제가 해당 환자의 병변에 효과적으로 반응할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기 간암의 경우, 체내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강화시킨 후 다시 체내에 주입함으로써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는 세계 유수의 저널인 『 Gastroenterology』를 비롯한 간암 치료의 각종 가이드라인에 실렸습니다. 진행성 간암에서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는 면역억제 세포들을 제어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조직 추출을 불편해하는 환자가 많은 만큼, 혈액에서 혈액순환 종양 세포를 얻어 종양의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연구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는 병이라는 인식입니다. 이식을 받을 경우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고, 재발 위험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가 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스로 혈압을 재거나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와 달리, 의사에게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괜찮습니다”라는 짧은 대답을 드리기 위해 의료진은 검사 결과를 다각도로 확인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은 설명간호사팀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시스템을 통해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에 더해 저희 간암센터 의료진은 환자와 탄탄한 신뢰관계를 만드는 데 힘쓰며 최적의 치료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기증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왔습니다"

- 최영록 간담췌외과 교수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기증자의 희생 없이는 진행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체 간이식 수술 시에는 기증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 가능성 여부를 고려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합니다. 기증자 측면에서 복강경 수술은 기증자의 통증과 상처를 줄임으로써 빠른 회복과 미용적 효과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은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를 가장 많이 시행했고, 관련 연구도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혈관 및 담도 변이가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증자 수술에 복강경 우간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간암 환자를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최근에는 한국세포주은행의 구자록 교수 팀과 함께 간암 오가노이드(Organoid )*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추가 조직검사 없이 간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 중 하나입니다. 이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여러 진료과가 적극 협의하며 재발 간암 치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연구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재발을 막는 것이지만, 행여 재발한 경우라도 저희 의료진과 함께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해 완치의 기회를 높이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오가노이드(Organoid ):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한다. 신약개발 및 질병치료와 인공장기 개발 등의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재발 위험이 높은 만큼 추적 관찰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 이동호 영상의학과 교수


영상 판독 시에는 종양의 숫자와 크기, 종양으로 인한 혈관 침습 유무, 간 이외 전이 유무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수술과 간이식, 고주파 열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 방법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판독뿐 아니라 다양한 인터벤션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저는 고주파 열치료술에 힘을 쏟아 왔습니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간암 종괴* 내부 혹은 주변에 전극을 삽입하고 고주파 전기에너지를 흘려 종양을 파괴하는 치료법으로, 2cm 이하의 종양에서 가장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간절제술에 비해 회복이 빨라서 합병증이 없다면 시술 다음날 퇴원도 가능합니다. 다만 종양의 위치에 따라 주변 장기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간절제술이나 화학색전술이 권고됩니다. 즉,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외래 진료 특히 간암센터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세심히 상담하고 있습니다. 간암은 대부분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간경변이나 만성 간 질환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최초 치료가 성공적이었다 해도 재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래서 꾸준한 추적 관찰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암병원 간암센터는 다양한 치료법을 시행하는 여러 진료과 간의 긴밀한 협진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간암센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최고의 치료법, 추적 관찰 및 관리 전략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저희를 믿고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종괴(腫塊): 외상(外傷), 염증 혹은 기타 여러 원인으로 인해 조직 혹은 장기(臟器)의 일부에 분명한 경계로 발생한 종기



"현재 받고 계신 치료법이 가장 좋은 치료법입니다"

- 김효철 영상의학과 교수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저는 색전술을 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색전술은 사례에 나온 환자와 같이 간이식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혹은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입니다. 모든 치료는 몸에 부담이 되지만 간암 환자는 특히 색전술 이후에 통증, 열, 구토 등 ‘색전후 증후군’을 호소하곤 합니다. 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색전후 증후군의 여파를 더 크게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사례에 나온 환자와 같은 진행성 간암에서 색전후 증후군이 심하게 나타나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색전술 중 화학색전술*은 거의 모든 환자에서 제한 없이 반복적으로 시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종양이 클 경우 색전후 증후군으로 인해 1주일 이상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방사선색전술**은 통증이 적어 종양이 큰 경우라도 시술 다음 날 바로 퇴원할 수 있고, 효과도 강력합니다. 다만 사전 검사에 통과해야 하며 본인 부담금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방사선 색전술 사전 검사 통과율은 80%에 달하지만 불합격한 경우에는 화학색전술을 1~2회 시행한 후 다시 사전 검사를 받으면 합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법 중 모든 상황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는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간암은 종양의 크기와 개수, 위치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든 저희 의료진은 환자의 간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환자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 적용합니다. 따라서 현재 받고 있는 치료법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는 믿음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화학색전술(Chemoembolization): 간암에 혈액을 공급하는 간동맥으로 항암제를 주입하고 혈관을 막는 색전물질을 주입하여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

**방사선색전술(Radioembolization): 간동맥으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미세구를 주입하여 방사선으로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



"다학제적 접근의 효과를 믿고 함께 이겨 나갑시다"

- 김경수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사례에 등장한 환자의 경우, 정확한 병변 부위가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국소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렵지 않아 색전술을 택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실제로도 방사선 치료는 전체 간암 환자 중 20% 전후에게 시행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2018~2020년까지 3년간 간암으로 진료를 받은 9,267명 중 1,132명의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해당 병변에 있어 방사선 치료가 우위를 가질 만한 위치와 크기인지, 부작용 없이 높은 확률로 종양을 제어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치료법과 어떻게 병용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물론 방사선 치료가 최선인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정밀 방사선 치료 기법의 발달로, 수술이나 고주파 열치료술, 색전술 등의 국소 치료법을 적용하기 힘든 병변에 대해 체부정위 방사선치료*를 시행해 높을 확률로 종양을 제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간암 환자의 치료에 있어 저희 서울대학교암병원 간암센터의 최우선 원칙은 여러 진료과의 다학제적 접근입니다.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러니 치료법 선택에 있어 인터넷 등의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와 질병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과 함께 치료 과정을 이겨 나가셔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체부정위 방사선치료(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 SBRT): 1회 또는 수회에 걸쳐 짧은 기간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쏘아 치료하는 것




“서울대학교병원 간암 치료의 역사는 대한민국 간암 치료의 역사입니다. 국내 최초 B형간염 백신 개발, 1988년 국내 최초 간이식 성공 등의 성과를 기반으로 내과적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는 물론 화학색전술, 체외 방사선 치료 등을 총망라한 다각적 접근으로 치료율을 향상시키며 세계 기록을 경신해왔습니다. 방사선색전술 같은 경우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예를 시술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간암 연구를 선도하 며 그 결과를 세계 최고의 저널에 발표해왔으며, 이를 환자 진료에 응용함으로써 간암 치료의 최신 지견을 널리 전하고 있습니다. 2011년 간암센터 개소 당시부터 당일 검사 및 당일 입원을 시행한 데 이어 2022년부터 ‘당일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환자 편의 향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김윤준 서울대학교암병원 간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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