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어졌다구?

: 갱춘기 1화

by 롤빵

깊은 밤 까무룩 잠든 시각이면 언제나 땀에 절어 일어났다.

더위가 꺾인 지도 한참인 10월 말, 내게 갱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한번 깬 잠을 다시 재우는 일은 새벽녘이나 가능했다. 퀭한 눈으로 일어난 아침이면 오른 어깨가 들리지 않았다. 등뒤로 접히는 브래지어 훅이 저절로 걸리는 기적은 없었다. 60을 코앞에 둔 노인가슴에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딸년 방에 나뒹구는 니플패치로 어깨의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평생 일해서 모은 돈으로 마련한 작은 빌라가 오르막 위에 있어, 버스를 타려면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관절염엔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쥐약이라는 것을. 그렇게 힘주어 내려가다 보면 꼭, 버스가 당도했고 그때부턴 이판사판 노인이고 애고 무작정 달려야 했다. 무릎이 깨지든 소변이 찍 새든 상관없이 말이다.


시장 귀퉁이에서 국밥장사를 하는 나는 전날 물에 담가놓은 소뼈를 끓는 물에 데치고 다시 푹 고아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흔한 장터국밥이래도 이 집은 맛이 깊다는 소릴듣는 낙으로 약 30년 가까이 일했다. 택시기사 맛집, 관광객 필수코스로 수도권 외곽이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나름 자부심 있게 살았다. 손맛이 좋아 반찬을 따로 팔아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일은 할 만큼만, 욕심 없이 하는 걸 철칙으로 딸 하나 건실하게 키웠다.


남편일랑.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그렇다고 있다고도 할 수 없이 홀로 아일 키웠다. 애초에 죽은 양반 붙잡고 늘어져봐야 내 주름살만 늘 것 같아 머릿속에서 치워버렸다. 그래도 애지중지 고운 딸로 키우고파 이름은 내 성을 딴, ‘남사랑’이라 지었다. 나는 싱글맘이다.




그러니까 그 일이 생긴 건 국밥장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서였다. 가게 앞이면 언제나 나물팔이 할머니들이 진을 쳤는데 그날은 뉴페이스로 오신 할머니 자릴 주인의 권위로 내드렸다. 다른 양반들이야 이죽거리겠지만, 어쩌겠는가? 주인허락이면 장땡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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