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La La Love Song
세나와 함께라면
다투는 날이 있어도
서먹서먹한 날이 있어도
울고 싶은 날이 있어도
3일 후에는 분명 즐거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날이 있어도
틀림없이 활짝 웃을 수 있을 거야.
- ロング バケーション (1996)
진짜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다.
요즘 나는 La La La Love Song에 푹 빠져 있다.
어릴 적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보아 버전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보아를 정말 좋아해서 일본 진출 곡까지 전부 외울 정도였다. 지금도 그녀의 노래 가사 대부분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라라러브송.
시간이 흘러 백예린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보아를 언급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나는 생각했다.
‘혹시 그 라라라러브송의 기억이 예린에게도 스며 있었던 건 아닐까?’ (나만의생각임)
보아에서 백예린, 그리고 다시 원곡으로.
요새는 원곡을 질리도록 듣고 있다.
노래 하나를 따라 시간을 거슬러가는 기분이 새삼 신기하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 음악에도 어쩐지 통하는 이야기 같다.
롱바케는 30년 전 드라마인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어중간한 옛날 분위기였다면 애매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확 고전(?으로 가서 그런지 오히려 트렌디하다. 당시에도 엄청 인기를 끌었다는데 정말정말 그럴 만하다.
미나미 역의 여주가 초반에는 꽤 민폐처럼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폭발해서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끝까지 캐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기무라 타쿠야가 그녀를 좋아했다고도 하던데, 배우라는 직업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인생을 잠시 빌려 살아본다는 건 얼마나 흥미로운 경험일까.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마음에 남는 이유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환상처럼 그려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여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습하고 끈적하고 벌레 많고, 피곤한 계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롱바케 속 여름은 다르다.
밤산책을 걷는 내내 설레고
창문 너머로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뛰어가고
옥상에서 낫토를 구워 먹으며 불꽃놀이를 하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 애매한 감정마저 들뜨게 하는 계절.
미나미 :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면 솔직해지나 봐.
세나 : 어째서?
미나미 : 마음이 놓이잖아.
시간은 흘렀는데, 물가도, 분위기도,
어쩌면 감정의 결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
롱 베케이션은 그런 의미에서 멈춘 시간 속을 잠시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계절이 여름이라는 건 어쩐지 잘 어울린다.
미나미: 언제가 되어야 비로소 내 차례가 되는 걸까? 나 뭐하는 거지? 하루 종일 빠칭코나 하고
세나 : 저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긴.. 긴 휴가(Long Vacation)라고. 난 말이죠. 항상 분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 있잖아요. 뭘 해도 잘 안 되는 때가요. 그럴 때는 뭐랄까, 말은 좀 이상하지만 신이 주신 긴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하지 않는다. 초조해하지 않는다. 분발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롱 베케이션>이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다.
'침체기를 긴 휴가로 만든다'는 말이, 어쩌면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주는 문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은 너무 막막하고,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지금은 그저 내 인생의 롱 베케이션일 뿐’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시기를 바꿔주는 휴가처럼 느껴지게 하는 특별한 한 사람이 있다면, 침체 같은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세나와 미나미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다.
서로의 ‘롱 베케이션’이 되어준 관계.
그건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위로였고, 조용한 구원이기도 했다.
나는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를 좋아한다.
그 안의 메시지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춤춰야 해.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춤춰야 해.”
세나 역시 인생이라는 음악에 맞춰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새 자기만의 리듬으로 자기 삶의 템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미나미가 있었다. 그녀는 세나에게 “어서 해봐”라고 등을 떠미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옆에 있어주고 진심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세나는 주저하던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았고, 미나미는 그에게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사람이 되었다.
그건 위대한 변화가 아니라, 작고 조용한, 그러나 결정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ㅋㅋㅋㅋㅋ 세나가 72년생이고 미나미가 65년생인데 애기라고 무시하는 장면
우리 엄마가 67년생인데.. ;
정말 신기했던 건 바로 그 장면 직후 등장한 폭죽 가격이다. 불꽃놀이 세트가 500엔임 ㅠ
1996년 드라마인데 요즘도 일본 편의점에서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30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인 가격.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정체된 임금 구조를 생각하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