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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Feb 13. 2022

MZ직장인, INTJ와 ISTJ 사이에 서있다.

MZ직장인이고 역시나 우울합니다.

N과 S,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나

나의 공식 MBTI 검사 결과는 ISTJ이다. I, T, J의 지표가 매우 극단적으로 나오는 데에 비해 단 하나의 지표만이 비등비등하다. N과 S, 그 사이 어딘가 존재한다.


한국인 MBTI의 80%가 S, 20%가 N으로 S가 대다수이다. 나는 총 여성 중 0.9%만 차지한다는 INTJ였다.(지금도 비공식 검사로는 INTJ가 나온다.) 스스로를 INTJ라고 생각하고 살아와서 그런지 ISTJ라는 공식 결과에 당황했다. 검사결과지가 '이제 너도 기성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고 조소하며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INTJ가 일론 머스크라는 대표인물로 대변되는 '괴짜'이미지라면, ISTJ는 전형적인 '공무원'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나의 정식 MBTI 결과


N과 S, 이상이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소이다.

MBTI 4가지 지표 중 무엇보다 큰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N과 S이다. 두 지표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N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을 시작하고, 아이디어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서 튀어 오른다. '세세한 현실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나무를 보는 관점'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는 숲을 보는 관점'을 가진다. 수없이 떠오로는 생각과 공상으로 예민함, 민감함, 수많은 걱정, 우울함과 같은 것들이 자연히 따라온다. 


면접에서 통하는 것은 현실보다 이상, S보다 N

가진 것이 없는 대학교 재학생이었으나 정규직 최종면접에서 쫄지 않았다. 면접은 '나무보다 숲을 보는 가치관'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본질을 파악하고 믿었다.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최소 5년, 10년을 넘어보는 회사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다.


비전,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내외적 현황에 대한 분석, 그리고 이와 연결지을 수 있는 경험 및 경력에 대한 설득력만 있다면 작은 경험과 경력으로도 합격을 이뤄낼 수 있다. 회사는 채용과정에서 N적 관점의 이상을 추구하는 자들의 가치를 높게 산다. 하지만 합격 후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사업들은 당장 성과를 내야 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때 예산은 삭감되고 사업은 일몰 된다. 


이상을 좇는 실무자가 겪은 실패

직원 복지 관련 업무를 맡은 당시,  '직원들의  복지향상'과 '소상공인 경제성장'이라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짰고, 실행했고, 결과는 실패했다. 결정적인 실패 요인은 사업의 배경 조사 미흡이었다. 우리 지역이 서울이 아닌 지방이라,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실제 실행에 옮기기엔 기존 인프라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야 내가 추진했던 사업을 실행할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을 좇은 나머지,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누군가 실패했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꼭 필요한 실패였다. 누군가 '사업의 현실성을 따지는 것이 중요해'라고 말해도 와닿지 않는 것이 스스로 실패를 하자 절실히도 깨달아졌다.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의외였던 것은, 주변의 반응이었다. 안정적 성향의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동료들이 보기에도 꽤 신선하다. 작은 날갯짓에 동료들은 진심을 본다. 서류 속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더라도 도전에 대해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몸을 부딪혀 배웠다.


'실무자'에서 '리더로 가는 길'이라는 프레임 전환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인 친구 A는 늘 퇴사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언젠가부터 회사생활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는 일이 싹 사라졌다. 변화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하면서부터였다. 회의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가서 평가받아야 할 때는 매일의 출근이 스트레스였지만 A의 재능은 좀 다른 쪽에 있었다. 아이디어의 큰 방향을 정하는 일, 일정을 조정하고 데드라인 맞추기,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팀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역량이 디렉터가 되었을 때 제대로 포텐을 터뜨린 것이다. 자기가 가진 강점이 커리어의 어떤 단계에서 빛날지, 닥치기 전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걸 미쳐 발견할 기회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면 A에게도 회사에도 큰 손해였을 것이다.
-책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황선우 저) 中 -

A 씨의 사례를 통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관점', 이상과 현실을 함께 고민하는 나의 성향은 어쩌면 아직 때를 못 만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 3년 차에 다다르며 작지만 관리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을 때, 신입시절 경험을 토대로 후배를 공감적 태도로 대하며 사기를 북돋아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는 신입사원일땐 생각치도 못했던 보람이자 행복이었다.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한 출연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핍박받았던 한가지 이유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이라는 그의 성향을 꼽았다. 서생의 문제의식을 중요히 여긴 이들에게는 그의 상인의 현실감각이 탐탁지 않고, 상인의 현실감각을 중요히 여기는 이들은 그의 서생의 문제의식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 분석의 요지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우리는 이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진 양면성이 지도자와 리더로서의 큰 덕목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나는 평생 고민하고 갈등하고 걱정하겠지만 N과 S, 그 사이에 평생 존재하고 싶다. 나의 비젼과 원칙을 꾸준히 지켜가며, 이를 현실적인 상황에 적합하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우고 배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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