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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Feb 18. 2022

90년대생 직장인이 글 쓰는 이유

MZ직장인이고 역시나 우울합니다.

내가 모든 편집과 결재승인의 권한자가 된다.

전반부의 문단을 후반부로 과감히 옮기고, 잔인하게 여러 문단을 삭제한다.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무자로서 큰 틀을 잡을 수 없을뿐더러, 최종 업무의 승인을 내릴 수도 없다. 그러나 나는 브런치에서 매거진을 생성하여 큰 틀을 잡고, 모든 글의 발행을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예산, 환경, 협의, 그리고 '그건 안돼.'라는 말 같은 것들로 좌절되었던 나의 생각을 원하는 대로 풀어놓는다.


실무자로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사업운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세부사항을 챙기는 것이다. 결정권자가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을 만한 로데이 터를 준비한다. 대신 실무자에게는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정체성과 콘텐츠를 녹일 수 있는 권한 정도가 부여된다. 이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싶지 않다. 언제나 권한과 책임은 함께 따른다. 나는 결재권자만큼의 역량도, 노련미도 부족하기에 아직은 사업의 수장으로 모든 것을 끌고 갈 직급이 아니다. 


그럼에도 실무자는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런던의 화이트홀 지역에서 10년간 공무원을 관찰하던 중 밝혀진 사실이다. 책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윗사람이 심장마비에 위험이 높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였다. 급사 위험은 사장이 아니라 낮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았고, 심장 마비로 사망 확률이 낮은 직급이 높은 직급에 비해 3~6배가량 높았다.


그래서 글쓰기로 나를 치유한다. 

실험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글로 쓰는 것만으로 주관적 고통이 줄어들고 면역기능의 혈청 지표가 개선됐어요. 3일 동안 하루에 15분씩 글을 쓰는 것처럼 간단한 방법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이 놀랍죠? 글쓰기는 우리의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을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이라고 불러요. 그 경험 후 당신이 어떻게 강해졌는지를 깨닫는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 감사를 느끼고 타인과 가까워지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다고 해요.”

내가 느꼈던 괴로움과 외로움을 글로 적으면 생각이 정리가 된다. 마치 수학선생님께 도저히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물어보려고 씩씩대며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는데, 내가 내 입으로 문제를 설명하면서 해답을 찾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내가 괴로웠던 일과 이유를 글로 풀어가다 보면 글의 후반부에는 자연스레 그 뒤 내가 해야 할 행동과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마무리짓게 된다.


글쓰기가 치유에 효과적인 사실을 알지만, 너무나 깊은 고민과 걱정, 상념에 빠져있을 때는 도저히 글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무기력이라는 그림자가 여러 곳에 뿌리를 내려 결국 글을 쓰는 일에도 손길을 뻗친 것이다. 그럴 때 꾸역꾸역 힘겹게 남긴 문장 한 두줄을 시간이 지나 바라보면 그때의 고통이 손가락이 종이에 스치듯 날카롭게 생각난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댓글, 나를 계속 글 쓰게 하다.

책 '숲 속의 자본주의자'는 작년 나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속세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는 나는 속세와 본질 사이를 타협하며 고요한 영혼으로 살고 싶었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일하다 미국의 시골로 떠나, 자신만의 월든을 찾은 저자의 글은 우연히 만난 소중한 멘토였다.


책을 읽는 것을 하나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나에게 대화를 걸었고 나는 그 대화에 응해 영혼이 통하는 대화를 하는 과정이 바로 글을 읽는 행위라고 생각했고 그 내용을 독후감에 적었다. 저자는 나의 독후감을 읽으시곤 ' 당신과 함께한 대화가 재미있었다.'라고 말씀해주었다.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글을 써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브런치의 작가 통과에 대해서도 같은 다짐을 했다. 누군지도 모를 담당자가 나의 소개글과 계획안을 보고 기회를 주었다. 그 긍정적인 반응에 감사하고 다시 한 자 한 자 적어나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이 담긴 글을 모두에게 공개된 블로그 등에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베스트셀러 작가의 댓글을 받아 볼 수도 있고 이름도 모를 이들의 공감과 격려, 칭찬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갈 힘을 준다.


글에서 드러나는 나라는 인간의 결정체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고 싶다. 


언제나 굳게 믿는 것은 ' 잘 모를수록 어렵게 말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분야든 조예가 깊은 사람은 읽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적는다. 빙빙 돌려서 어렵게 있어 보이게 적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출처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좋은 의사보다 좋은 상사가 건강에 더 중요” 켈리 하딩 컬럼비아 의대 교수(조선비즈, 김지수 기자) http://naver.me/xvEUXq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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