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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Feb 18. 2022

90년대생, 이직이 아닌 고인물을 택하다.

MZ직장인이고 역시나 우울합니다.

무엇을 위해 이직을 준비해온것일까

솔직하게 말하자. 내가 원했던건 가오였다.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인지도 높은 회사에서, 더 많은 복지를 받으며 더 '큰'일, 더 '있어보이는' 일을 하고싶었다. 남의 시선을 통한 우월감도 느끼고싶었다. 욕망와 욕심이 허용되는 20대이기에 후회가 없도록 도전해야했다.


본질적으로 옳지 않은 목표는 결국 나를 끝없는 우울에 빠뜨렸다. 만약 이직을 꿈꾸는 이유가 근무지, 연봉처럼 명확했다면 과정에서 흔들릴 때 목표가 나를 잡아주었을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힘들게 되었다면, 이직을 꿈꿨던 이유를 상쇄시킬 다른 해결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문제는 목표를 이루기엔 애매한 능력보다 '포기 못하는 마음' 이었다. '가오'가 다가 아니란 것을 마음깊은 곳에서는 알고있음에도 이미 시작한 레이스를 멈추기에는 아쉬웠다. 지금까지 해온 전공공부와, 정리된 자소서, 꾸역꾸역 만들어온 NCS감이 아까웠다. 직장과 공부의 병행이라는 힘겨운 레이스를 멈출 수 없었다. 춤이 멈추지 않는 신발을 신은듯 이직준비를 멈출 수 없었다. 한발을 취준생의 세계에 내딛고 이중생활을 했다. 사회초년생 시절 몇 년동안, 누구에게도 동질감을 느끼지못했다. 직장인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힘겨운 이중생활이었고, 취준생에게는 자랑질처럼 보이는 이중생활이었다.


정착, 해가 지날수록 중요한 문제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지역순환이 원칙이다. 전국에 위치한 지역본부를 돌아다니며 근무한다. 회사에 따라 지방광역시 위주로 순환을 하기도 하고, 오지에서 근무를 하기도 한다. 혼자일땐 어느정도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 혼자일때도 반복되는 거주지변경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기에 외로움은 수반된다. 우리는 떠돌며 사는 집시족이 아니기에 이러한 근무환경은 점점 일상에 큰 타격을 가한다. 삶의 중반부에 들어서며 맞딱드리는 결혼, 출산 등과 떠돌이 생활은 병행되기 어렵다.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지자체에서 설립하였기때문에 업무와 근무지가 변경되더라도 특정 지방에서만 근무하게 된다. 즉, 평생 한 지역에서 일하게 된다. 근무지역이 변경되지 않으니 이사에 대한 번거로움, 거주지의 변경으로 인한 감정적·체력적 소모, 인사전보로 인한 불안감 등의 소모가 줄게 된다. 나는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 근무하기에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눈에 뭐가 씌인듯이, 뭔가에 홀린듯이 그 '가오'라는 것이 진정한 사실을 보지 못하게 내 눈을 가려버렸다. 스스로 더 깊은 진실을 보지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을 보는 것이 겁이 났다. 그 사실로 인해 몇년동안 내가 해왔던 노력들이 무의미하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했기때문이다. 


사람이 운명이다

김승호 작가의 '사람이 운명이다'라는 책에서 '지금 만나는 사람이 당신의 운명을 만든다.'라고 한다. 부모님과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의 숱한 대화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현직장의 장점과 현재의 행복은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된 애인으로 인해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내가 이직으로 인해 현 지역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전혀 개의치않고 나의 꿈을 응원해주었다. 대신 내가 미래가 아닌 '지금'에 발을 내딛고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매일 현재가 아닌 미래만 바라보며 사느라 지나쳤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곁에 있어주었다. 


집 주위 온천천을 걸으며 느끼는 주말의 산뜻한 바람, 전통시장 허름한 국숫집에서 먹는 칼국수의 맛, 공유자전거를 타고 느끼는 수영강의 재미.


즐거움과 재미와 행복은 큰 달성이 아니라, 지금 내 주위에 이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허상을 쫓아 미래만 바라보고 현재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중요한 것을 잃을 뻔했다.


이직준비를 할 것이라면, 현재에 발붙이기

한 사법고시 합격자가 스트레스없이 매일매일 웃으며 공부하며 합격할 수 있었다는 한 사례가 있다. 그도 처음엔 현재의 공부보다 미래의 합격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일이 많을 땐 나눠서 생각하라' 라는 사실을 자신의 상황에 접목시켰다. 합격을 위한 총 공부기간과 양을 추리고 공부의 양을 하루의 양으로 쪼갰다. 하루 공부량을 끝내면 합격이므로, 그는 매일 합격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미래에 합격이다'가 아니라, '이대로 가면 미래에도 합격이고, 오늘도 합격이다.' 라고 생각했다. 목표를 이뤄야 행복할 사람이 될 것인가,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매일매일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인지는 분명 다르다. 목표는 있겠지만 지금 존재하는 곳은 '현재'이다. 목표를 현재와 연결시킬 수 있다면, 우울과 불안함에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출처 :  사법고시 합격자가 건네준 멘탈관리 팁https://youtu.be/QyzU97Vva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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