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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Mar 10. 2024

관계의 변화를 포기하자 변화가 찾아왔다.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지난 설날

동생은 이제껏 해오지 않았던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공무원이 된 동생은,

수험생활을 할 때 힘들다고 느낄때면

꾸준히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는 아빠와

공공기관에 다니는 나를 상기하며

우리는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분명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고 한다. 본인도 공부를 하다보니 어릴 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를 조금은 이해했다고 한다. 세상에 결국 남는 건 가족이라 나와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대에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고 스스로 집을 구매한 모습도 멋있다며 칭찬해줬다.

어릴 적 나는 밖에서 날라오는 외부의 공격을 막아주는 누나가 아니라 오히려 동생에게 추가로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였다. 동생은 그런 나에게 많은 상처와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되고부턴 대화가 단절됐다. 성인이 되고나선 부딪힐 일이 적었고,

그 사이 나 또한 조금은 성숙해졌지만 동생은 한번 마음을 닫으면 쉽사리 그 문을 열지 않는 신중한 성격이기에 관계를 변화시키기엔 더욱 어려웠다.

중간에 끼인 부모님은

이 세상에 둘 뿐인 자식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랬기에

조금 더 동생에게 다가가보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사과를 하는 사람에게 용서를 해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 권리는 오로지, 그리고 온전히 상처받은 사람에게 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몇년 간 내 마음을 표현했다. 생일 선물을 챙겨주고, 함부로 다가가지 않는 것.

오히려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내 미안함을 표현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10년 가까이 지나서야

먼저 나에게 마음을 열어 표현한 그 아이와 나의 관계를 변화시킨 것은 역설적으로 관계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이었다.

오직 내 앞에 놓인 삶의 문제들에 집중했다.

계속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나의 길을 걸었다. 그 모습 자체가 아랫사람에게는 가장 큰 배움이 되었고,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큰 작용을 한 것이다.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나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그만뒀다. 대신 나는 나의 주인이 됐다. 지금을 나의 행동, 나의 책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불행이나 잘못의 원인과 책임을 나에게 돌리지 않고, 그 상황을 내 일부로 인정했다. 내 힘으로 잘못과 불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것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보다 더 상위의 강력한 힘은 변화가 필요 없는 맥락과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 정도의 힘이 생기면, 변화가 드디어 저절로 찾아온다.

이미 나는 어쩌면 평생 동생과의 관계가 변화하지 않을 수 있을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동생 말대로 세상에 하나뿐인 피붙이 형제이라 데면데면 한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이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스스로를 바꾸기도 쉽지 않은데, 남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내 손은 떠난 일이지 않은가.

내가 변화를 그만두었을 때,

예기치 못하게 변화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나는 그것을 원치조차 않았기에 기쁘다는 감정이라기 보다 얼떨떨한 감정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내 앞에 놓인 삶의 선택들을 신중하게 해나갈 뿐일 것이다.

그것들이 지금처럼 동생에게 어떠한 의미로든 가르침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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