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의 바다와 노인

by 김틈

생각과 관계와 일들의 마음이 태풍처럼 뒤섞여

나를 뒤집어 죽일 듯 흔들 때

글의 닻을 내려라

괴로운

생각의 바다를 내려가

하얀

고요의 바닥에 내려가

떠오르지 못한 기억을 잡는다.

근사할 필요도 인정받을 필요도 없이

가벼워도 무거워도 커도 작아도 상관없이

닻을 내려라.

괜찮다.

사실 그 닻줄 내리며 버티는

당신이 닻이고, 글이고, 시.

이미

어머니가 있는데

어머니라고 흰 종이에 써본들

그 무슨 위대한 시가

저 어머니를 대신하고 설명하겠나.

거대한 핑계의 닻을 내려

그리워 출렁대며 넘치는 바다에서

버티게나 해주지.

버티다 보니 살아남은 바다 위의 노인처럼

그 노인을 상념의 상어 떼를 피해 흰 종이의 바다에 내려놓은 헤밍웨이처럼

이제 그 노인이 살다가 떠난 상어 떼처럼 관광객 북적이는 카리브의 바다처럼

왜인지 모르고 빛나는 지금의 웃음처럼.

손에 닻 하나 쥐고

눈물이 무거울 때 흰 바다의 바닥에 닻을 내려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착시와 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