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관계와 일들의 마음이 태풍처럼 뒤섞여
나를 뒤집어 죽일 듯 흔들 때
글의 닻을 내려라
괴로운
생각의 바다를 내려가
하얀
고요의 바닥에 내려가
떠오르지 못한 기억을 잡는다.
근사할 필요도 인정받을 필요도 없이
가벼워도 무거워도 커도 작아도 상관없이
닻을 내려라.
괜찮다.
사실 그 닻줄 내리며 버티는
당신이 닻이고, 글이고, 시.
이미
어머니가 있는데
어머니라고 흰 종이에 써본들
그 무슨 위대한 시가
저 어머니를 대신하고 설명하겠나.
거대한 핑계의 닻을 내려
그리워 출렁대며 넘치는 바다에서
버티게나 해주지.
버티다 보니 살아남은 바다 위의 노인처럼
그 노인을 상념의 상어 떼를 피해 흰 종이의 바다에 내려놓은 헤밍웨이처럼
이제 그 노인이 살다가 떠난 상어 떼처럼 관광객 북적이는 카리브의 바다처럼
왜인지 모르고 빛나는 지금의 웃음처럼.
손에 닻 하나 쥐고
눈물이 무거울 때 흰 바다의 바닥에 닻을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