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없어요

이상한 건가요

by 달콩쌉쌀

사람들이 묻는다

운전면허도 없어? 왜 없어? 라고.

내가 다녔던, 그땐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다

라고 쓰기까지 자동 초등학교로 완성되는 이 단어를 몇 번이나 고쳐쓰기를 해야 했던지.

무려 오전반 오후반이 있었던 '국민학교'에 다닐 때였다

아침이면 학교 옆에 있는 문방구에 들러 이런저런 사지도 못할 것들을 만지작거리는 게 한창 재미있을 때.


그날도 문방구에 들어갔다 반짝거리는 것들을 신나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소리,

그리고 터져나오는 비명소리들.

밖으로 나가본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자동차 문은 열려 있고 자동차 위, 아래 바닥에 흩어져 있는 관절이 꺾인 종이 인형들

어떤 인형은 자동차 창문 열린 틈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흐르는 새빨간 피

소리지르는 사람들 사이를 어떻게 빠져나와 교실로 왔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교실로 돌아왔고 친구들에게 이상한 장면을 봤다고 얘기했다


“자동차가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올라타 있어 그런데 다 자고 있었어”


당시 자동차 사고를 본 적 없던 국민학생인 나는 그 장면을 그렇게 설명했다

빨간 피를 흘리는, 잠을 자는 종이 인형들...


그날 밤 뉴스에 -

음주운전 차량이 국민학교 옆 문방구를 덮쳤다고,

20여명의 국민학생 사상자가 생겼다고 했다

자동차에 엉겨 있던 건 인형이 아닌 내 또래의 친구들이었다.

그 뉴스를 보고 나는 열이 오르며 많이 아팠고

그 후 자주 자동차 사고 꿈을 꾸었다

내가 사고를 내고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사람들은 묻는다

왜 면허가 없냐고

남들 다 있는 면허도 못땄냐고

그 순간 난 세상 기준에 한참 모자란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저는 자동차가, 그리고 그 종이인형들이 무서워요

그래서예요

그래서 면허가 없어요

그러니 뭐라 하지 말아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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