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였던 것들과의 안녕

그럼, 이제, 우리는

by 달콩쌉쌀

귀걸이 한쪽이 사라졌다

분명 퇴근 전까지만 해도 양쪽 귀에 달려 있었다

집에 도착해 옷을 벗다가 스웨터에 걸렸나

옷을 뒤집고 위아래 샅샅이 훑어도 없다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잃어버렸다

이렇게 또 준비 없이 안녕이네

혹시라도 하는 미련에 방바닥이며 침대 밑을 몇 번 더 훑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요즘 종종 이렇게 무언가를 하나 둘 언제인지도 모르게 잃어버린다

속상하다


나는 안녕에 서투르다

사랑한 사람과의 이별 후 일상을 찾기까지 7년이 걸렸으니 유난 같긴 하다

그런데 내 서툰 안녕은 사람 한정이 아닌 사물에도 해당된다

초등학교 때 아빠가 선물해준 인형, 내 손에 익숙한 오래된 펜, 내머리에 잘 맞는 머리핀 등이야 없어지면 서운한 맘을 너머 몇일을 슬퍼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나는 내가 메모한 종이 한 장도 잃어버리면 아쉽다

마음의 준비, 그게 안되었다고 하면 유난이다 하려나

잃어버린 건데 버려졌다고 생각할지 몰라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갑작스러운 건 나도 그것도 원한 게 아니었잖아

감정이 없는 사물을 나처럼 바라보고 의인화 시키는 덜 자란 유아기 마음일지도.


겨울 거리를 걷다가

앙상한 겨울 나무에 하나 남아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이파리

내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이파리를 물끄러미 보자 그는 손을 뻗어 이파리를 뜯어버렸다


"의미 두지 마 어떤 것에도.

상황, 사람, 물건에 자꾸 의미를 두면 사는 게 힘들어져"


인정머리 없는 사람

감정이 메말랐어

그렇게 투덜댔지만 나는 어렴풋 알 것 같았다


의미를 둔다는 것

마음에 품는다는 것

그걸 잃으면 내 마음 한쪽을 떼내는 것과 같은 아픔일테니

그런 것으로부터 무심해지라는 것

이 말은 그의 이야기였던 거다

한편으론 자신에게 하는 다짐의 말이었을지도.


그런데 말야

서로에게 많은 의미였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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