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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내가 일하던 곳은 회사들이 매우 밀집한 도심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마다 줄을 서고 커피점은 말할 것도 없이 북적인다.
한 블록에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커피점이 포화 상태인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서둘러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걷거나
식사 대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혹은 음료를 먹으며 걷는다
점심시간이 보장되지 않던 곳에서 일하다가
1시간의 소중하고 귀한 점심시간을 경험했던 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흥미롭고 좋았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면 바로 옷을 챙겨 입고 걸으며 사람 구경에 나섰다
그 고요와 자유로움이 너무나 행복했다
같은 길을 아침 출근길에도 걷는다.
그때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점심시간의 표정은 사뭇, 아니 많이 다르다.
아침에는 많은 이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혼자의 세상에서 그야말로 다크 한 표정으로 앞만 보며 걷는데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커피를 기다리고, 같이 걸으며 변하는 날씨 이야기, 계절 이야기, tv 연예인 이야기 등을 나누는 그 얼굴이 세상 해맑고 편안하다. 물론 그들에게 허락된 휴게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지만.
'점심' '쉼'
마음에 점을 찍는다
마음에 잠시 쉼을 주는 시간
쉼 없이 오래 일을 해왔었다
점심에도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고 눈으로는 서류를 훑었다
그마저도 먹지 못하고 버린 날들이 많았다
주말에도 일을 했고 휴가에도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했으며
몇 년 만에 떠난 휴가에는 노트북을 챙겨갔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저기 걷고 있는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쉼을 못한 나는 몸과 마음에 병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쉬어야만 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기 전에,
과한 몰입을 잠시 멈춰야 한다
멈추고 쉬어야 한다
나를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