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족이 아니라서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가고
저는 그의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사람 얘기 좀 해달라고요
그는 대체 어딨냐구요
왜 제게 연락하지 않았냐구요
그의 동생이 웁니다
파주 어디에 묘지를 하고 비석도 만들었다는데
저는 어차피 헤어진 사람이니
묘지도 알려줄 수 없다 합니다
여지껏 찾지 않았으면서 왜 이제와 이러냐구요
더는 할 말도 없다고 연락하지 말라네요
지금 너무 무섭고 힘드니 자꾸 힘들게 하지 말란 말을 하네요
역시 그녀도 여전합니다
그의 묘지가 있긴 할까 생각이 대번에 들었습니다
돈이 드는데 그에게 그런 돈을 썼을까요
남들 이목 신경 쓰는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어디엔가는 그를 뿌렸을까요
그의 핸드폰 주소록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가 번호를 기억하는 몇몇 친구 말고는 연락하고 지내는 이도 없었어요
그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을텐데
그가 떠났는지도 모를텐데
이렇게 그를 보내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으로요
그의 짐은 모두 정리해서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핸드폰, 워치, 신발만 남겼다고요
여름 겨울 구분 없이 입던 청바지 두어장에
만얼마에 세 장 하는 티셔츠
제가 사준 브랜드 티셔츠 몇 장과 생일 선물로 사준 겨울 점퍼
제 아이다스 점퍼가 예쁘다고 장난스럽게 달라 해서 가져가서 내내 입었던 겨울 점퍼, 워치, 이어폰
그것 말고는 짐이랄 것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그것조차 남아 있지 않네요
장례식장에서도 저는 가족이 아니라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줄 수 없다 하네요
저는 그와 헤어졌으니 여자친구도 아니고 더구나 가족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를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