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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았습니다

공동묘지 비석 한 조각에 그의 이름이 있네요

by 달콩쌉쌀

제가 알고 있는 그의 친구에게 그를 찾아달라 했습니다

그가 살던 집에 부모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친구에게도 그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저를 아냐고 물었다 하네요

저를 아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 걸까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파주 묘지 용문산 그걸로 찾아다녔고 곧 그의 묘지를 찾았다 합니다

직접 가서 확인했다고요

그를 찾아갔습니다

묘지에서도 가장 꼭대기

가장 험한 곳에 그가 있다 했어요

수많은 사람들 이름이 빼곡이 새겨진 비석 안에 그의 이름이 보입니다

그는 그의 가족에게 집도 만들어주고 편안히 살 수 있는 노후 준비까지 다 해두었는데

그는 저 많은 사람들 안에 뿌려졌네요

그가 가진 건 고작 저 비석 안에 이름 한줄이네요

많은 사람들 중 대체 어디에 그가 있는 걸까요

그가 좋아하던 소보루빵과 흰우유 김밥을 올렸어요

자신에게 어찌나 엄격하던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살만 안찌면 소보루빵 하나 다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는 왜 그런 것마저도 참으며 견디며 살았을까요

생각해보니 저는 그가 빵을 먹는 걸 본 적이 없네요

그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습니다

빚 뿐이던 아버지 회사도 일으켰고

죽어가던 어머니도 두 번을 살려냈습니다

그런데 그의 가족은 달랐습니다

자식에게 회사 돈 맡기면 나중에 배신할 거라는 친척들의 이간질에 아버지는 그를 회사에서 내쫒았고

어머니는 술과 약물에 취해 거리를 헤매고 물건을 부수고 싸움에 휘말리는 삶을 평생 살았습니다

그의 동생도 어머니처럼 약물에 취해 살았습니다

서류 안에 가족으로 엮여 있어서

무슨 일이 있으면 결국 자신에게 연락이 온다고

그게 미치게 싫다고 했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끝이 난 걸까요


언젠가 ‘황금빛 내 인생’ 이란 드라마에서

‘상상암’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고는 미소 짓는 장면을 보며 그가 말했었습니다

너무나 이해 된다고 현실이 너무 고단해서 오히려 편안할 것 같다고

그는 이제 편안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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