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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세요 지금

by 달콩쌉쌀

교통사고가 크게 당했었다 했었어요

그래서 차도 운전도 무섭다고요

실제로 그는 걷는 게 살짝 불편했었어요

식당에서 일하다 화상 입은 곳도 불편했었구요

그래도 그는 면허를 땄습니다

그래도 운전은 힘들어 했어요

공황장애도 있던 사람이라 더더욱이요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운전도 못하는 놈이라고 욕을 했다고 해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는 놈이라구요

그런 그에게 회사를 맡겨 의지했으면서

그가 회사를 일으켜세웠는데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요

꼭 그리 가시 돋친 말을 해야 했을까요

심하게 다쳐 몇 달을 입원해 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그는 쏘카로 저를 데리고 북악 스카이웨이를 갔었어요

운전을 해서요

제가 좋아할 것 같다고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고

날이 좋지 않았어요

그날이 기억이 나네요

제가 너무나 좋아해서

자기도 좋다고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고요

그날 같이 사진도 찍었네요

몇 장 없는 사진 중 하나예요

그리고 또 그런 말도 했었어요

그가 사고가 나고

합의금? 같은 게 나와서 그걸 다 부모님께 드렸다고요

꽤 큰 돈이었는데 정말 한 푼도 안쓰고 다 드렸대요

몇 년 전 그 얘기를 했을 때

부모님은 그런 걸 언제 줬냐고

받은 적 없다 반문했다 하네요

그 말을 하며 그가 씁쓸하게 웃었어요

고맙다고

애썼다고

그 말이면 되는데

그 한 마디를 안한다고 마음 아파 했었는데

그의 가족은 번번이 그랬네요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는 그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그는 대체 왜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를 못견디고 버렸는데요

그 끈질긴 가족이라는 굴레였을까요

대체 가족이 뭘까요

그들은 왜 그들이 힘들 때만 가족이었을까요

그는 그들이 왜 그렇게 불쌍했을까요

가장 가여운 건 그였는데요


그들은 지금도 모를 거에요

그가 왜 술에 의지했는지

대체 뭐 때문에 그리 힘들어 했는지

그저 알콜중독으로만 미련한 사람으로만 생각하겠죠

바보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바보 같은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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