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아 있지 않는, 그들이 정리한
사람이 죽으면 물건을 다 정리하죠
그에게 아무리 의미 있던 물건도
다른 이들은 알 수가 없으니
그저 정리해야 할 물건일 뿐이죠
그가 그리 아끼고 애틋해했던 것들도요
그런건가봅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그에게 선물했던 티셔츠도 신발도 지갑도 손편지도
그가 눈물 글썽이며 받았던 생일 지갑도
그 집에서 읽었던 책도 우리가 같이 산 그릇도 냄비도
그가 내게 선물했던 커다란 인형
우리가 이름 붙였던 곰이도
제가 엄마 몰래 싸다준 반찬 그릇도
다 의미없이 버려졌겠죠
그가 남긴 돈도
그 집도 결국
그들에게 의미 없이 소비되겠죠
그가 아팠다가 한 달 치료 받고 퇴원했을 때
그는 번동 집으로 들어갔다 합니다
그 가족이 월세로 살던 집을 그가 돈 벌어 샀었어요
꽤 오래 전에요
반지하에 언덕빼기지만 그는 그 집에 애정이 많았어요
월세로 살던 집, 보증금도 다 잃어서
집주인에게 사정해서 살던 그 집을
그는 돈 벌어 샀어요
퇴원 후에 그 집은 내 집이니 부모님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가 들어가 살았다 해요
그가 종종 얘기 했었던 집입니다
가족들은 반지하에 안좋아할지 몰라도 볕도 잘 들고
그에게는 의미 있는 집이라
정말 힘들게 돈 벌어 산 집이라 본인에게는 맘이 다르다고요
그 집이 몇 년 후 재개발 예정이었어요
그래도 안팔고 그 집에서 살 거라 했는데
그는 그 집에 살던 몇 달 동안 어땠을까요
그 추운 집에서 혼자 얼마나 아파하다 갔을지
그 아픈 사람이 그 집에서
어떤 몇 달을 보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