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족

가족이 대체 뭘까요

by 달콩쌉쌀

그가 술로 자신을 괴롭힐 때

제가 알콜릭 병원에 가자고 사정도 하고 애원도 하고 이러면 다신

안보겠다고 협박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가 그러더군요

그들이 자신의 보호자로 있는 게 싫다구요

제가 같이 있겠다 해도 가족이 아니라 결국 그들이 와야 할 거라고요

저와 미래에 이렇게 살자 수많은 얘기를 나누면서도

그들과 저를 그들과 가족으로 엮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힘들어 했었어요

그는 그들의 보호자로 살았는데

그는 그들이 보호자인 게 끔찍하게 싫다 했습니다

그들이 얼마 안버티고 도망갈 걸 알았으니까요

그는 자신을 죽이고 있었어요


그는 어머니께 종종 얘기했습니다

제발 한 달만 술과 약을 끊자고

한 달만 끊으면 원하면 가게를 차려주고

또 원하면 반지 목걸이 팔찌 다 해주겠다고요

이러다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끊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제발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게 노력해달라고요

그의 어머니는 2주도 못참고 다시 술과 약에 의존했습니다


재작년 겨울이었을 거예요

그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는데

보호자로 동생과 자신 뿐이라고 무섭다고

같이 있어달라는 그의 전화에 병원에 간 적 있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고 그의 어머니는 살았습니다

그가 말했던대로 되어버려서 그때 그는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한 달을 입원해있던 그 시간이 그에게는 악몽이었어요

죽겠다고 목매있던 엄마를 그가 끌어내려 살렸던 예전 그날의 기억이 다시 생생해졌고

이번에도 죽을 뻔 했던 엄마 옆에 아버지는 없다고요


그때 그의 동생에게 제가 얘기를 했었어요 오빠 상태가 많이 심각하다고

가족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제발 병원 좀 데려가달라구요

저는 가족이 아니라 강제입원 같은 거 못시킨다고요

얘기를 듣던 동생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빠 옆을 왜 떠나지 않느냐 물었습니다

제가 답했어요

가여운 사람이라고요


거리에서 그의 엄마를 만나고

그가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건 전화에서 그녀가 저를 원망하더군요

오빠 아픈 거 알고 있었냐고

알콜릭이 심하다는 얘기만 했지 아프다고 왜 얘기 안했냐고요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자기한테 얘기만 했어도 병원에 데려갔을 거라고요

이런 바보 같은 얘기가 또 있을까요

이러니 그가 평생 외로웠겠지요


그녀의 날카로운 말과

길에서 제게 보였던 그의 어머니의 그 매서운 눈빛을

그는 평생 번번이 감내하며 살았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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