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
그는 식당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일찌감치 학교를 자퇴하고 음식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였습니다
프랜차이즈 피자가게, 노원의 유명한 설렁탕집, 명동의 유명한 국수집 등
그는 여러 식당에서 일했다 했습니다
어려서 당했던 차별과 무시, 욕설, 말도 안되는 업무량,
하지만 그 안에서 만났던 좋았던 사람들 이야기도 종종 했었어요
수많은 일을 했었지만 식당에서 일했을 때가 가장 좋았다 했어요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그여서
예전부터 식당 운영 준비를 해왔었습니다
현재 하는 일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이어서
일 안하고 돈 달라는 사람, 돈만 받고 도망가는 사람, 신고한다고 협박하는 사람 등
세상 온갖 이상한 사람들은 다 모여 있는 게 건설업이라고 정말 힘들어 했어요
일을 놓자니 수완 없는 아버지여서 회사는 금세 망할 게 뻔하고 하자니 본인이 힘들고
그걸 10년을 넘게 끌어왔어요
돈은 벌었지만 그는 늘 식당을 하고 싶어했어요
그는 자신은 돈이 필요 없다고
돈 벌면 돈 없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 후원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아이들 시설에 가서 음식 해주고 같이 시간 보내다 오자고
그 이야기를 할 때면 그는 늘 반짝였습니다
늘 외롭고 허전했던 그의 어린 시절을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했어요
시시한 사람 아니었어요
비정상적인 그의 집에서 지극히 정상인 건 그 하나였어요
그의 가족에게 그가 어른이었어요
부모 없는 엄마가 남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게 울타리가 되고
아플 때 보호자가 되고 다독이고 가장으로 돈을 벌고요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었어요
일터에서 힘들어 하면 저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좋은 방향으로 저를 이끌었어요
평일이고 주말이고 늘 일 생각이었어요
그래야 한다고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인다고
그냥 나한테 혼나고 일할 때는 절대 누구에게도 혼나지 말라고요
그런 그가 버겁고 힘겹고 지치기도 해서 타박도 많이 했습니다
나쁜 사람들은 이렇게 멀쩡히 잘 살아있는데
왜 그만 괴로워하다 떠나야 했을까요
꿈이 많은 그였는데 잘할 수 있는 그였는데
이루지 못하고 세상에 없는 그가 너무 아깝습니다
‘명이 그것 밖에 안되는 걸 어쩌겠니
명복을 빌어줘야지’
그의 어머니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살아있는 사람 마음 편하고자 하는 그 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