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저는 종종 길상사에 갔습니다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절에 가있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졌었어요
그전에도 매 계절 한 두 번씩은 경내를 산책하고 잠시 앉아 있다가 오곤 했었어요
영가등을 신청했습니다
고인이 된 분들의 평안을 비는 등이라 합니다
그전에도 길상사에 가면 보던 등이었습니다
그저 경건하게 고인과 남은 그들의 가족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만 보았었는데
그 등을 제가, 그의 평안을 빌며 달게 되네요
신청서에 그의 이름을 적으랍니다
적기도 전에 눈물이 흐릅니다
최대한 또박또박 그의 이름 두 글자를 적어봅니다
관계란에 뭐라 적어야 할까 망설이는데
또 눈물이 흐릅니다
‘친구’ 라고 적었습니다
직원이 그의 이름을 말하며 이름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으로 불리는 그의 이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슬펐습니다
사무실에서 나와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직원이 적어준 영가등 번호를 되뇌입니다
경내에는 화려한 연꽃등이 가득합니다
가족의 평안, 사랑, 사람들의 간절함이 가득한 그 아래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법당에 들어가 절을 올렸습니다
그가 세상의 미련을 다 놓고 훌훌 가기를
다음 생에는 꼭 좋은 부모님 만나 그저 사랑만 가득 받고 살기를
다시는 지금의 부모도 저도 만나지 않기를
그 두 가지만 빌었습니다
착한 사람이었으니
정말 좋은 사람이었으니
신이 있다면
다음생이 있다면
그 두 가지는 꼭 이루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