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오늘은 그의 생일입니다

by 달콩쌉쌀

어제 그를 만나고 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그가 좋아하던 도시락을 준비했어요

늘 관리한다고 멀리하던 하얀밥에 제육볶음, 양배추숙회, 오이소박이, 치즈계란말이,

사과, 참외 그리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달 내내 제육볶음만도 잘 먹던 사람이고

제가 해준 치즈계란말이와 김밥을 언제고 잘 먹던 사람이었어요

사과 참외를 좋아했는데 식단 한다고 늘 멀리했었죠

이번에는 천천히 많이 먹었을까요


음식을 올려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보고 싶지 않은데 찾아간 건 아닌지도 물었네요

얼마 전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라는 드라마처럼 그도 천국에서 그들처럼 지내는지

혹시라도 그렇다면 거기서는 아무런 애도 쓰지 말라고

남은 사람들은 알아서 살아갈테니

안타까워도 말고 속상해도 말고 다 잊고 살으라구요


얼마 전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가 사주었던 운동용 신발을 신고

그가 알려주었던 운동 방법, 식단을 하면서 지냅니다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제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요

일자리도 다시 찾고 있는데 영 연락이 없던 차였는데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면접 연락을 받았네요

또 그가 애썼던 걸까요


그가 떠나고

그는 대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생각해보았었어요

그는 살리려고 태어난 것 같아요

혼자여서 외로웠던 엄마, 죽으려던 엄마를 두 번 살려내고

의욕은 있지만 수완이 없는 아빠의 회사를 일으켜 아빠를 살리고

부모에게 방치된 동생을 살리고

꿈을 잃고 허무와 좌절에 빠져있던 저를 살리려고요

그리고 그는 떠났습니다


오늘은 43번째 그의 생일입니다

종일 아프게 비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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