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한 꽃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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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화려한 꽃가게 진열대 위에서 내가 선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약 오늘도 내가 선택되지 않는다면 나는 또 한 줄 뒤로 밀려나 더 이상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퇴물 상태로 완전히 전락할지도 모른다.
말라빠진 다시마처럼 모양새 없이 기다랗게 늘어진 잎에, 흉하게 붙어 있는 붉은 가시 때문에 내 가슴은 미어지고 여전히 아프다. 빈 깡통처럼 요란하게 밀려오는 외로움의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침묵으로 나를 지배한다.
바람도 없는 뜨거운 사막의 거친 모래 덩굴을 뚫고 싹을 틔우는 고통보다 더 외로움이 깊은 날, 나는 스스로 몸을 찌르는 고통을 즐긴다. 그것은 절대로 내가 원하지 않는, 혹은 원하지 않았던 내 슬픈 운명 탓일 뿐이다.
갈증, 목마름!
이렇게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이 진열대 위해서 불빛을 받은 지 어느덧 한 달째!
여전히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낸다. 그 하루가 나에겐 240시간보다 길게 느껴진다. 외로움의 시간은 그렇게 더디게 흘러가는 법.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퇴물이 되어가는 내 꼴을 한심스럽게 지켜보아야 하는 것일까?
가끔, 아주 가끔 그렇게 뜨거웠던, 어쩌면 정확하게 기억조차 나지 않는 희미한 조각을 부여잡고서라도 과거의 어떤 시간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기어이 그 기억을 붙잡으려 이를 악물고, 유아 적, 혹은 태아 적의 어둡고 광기어린 호기심을 후회하는 마음으로 그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난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원적인 의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 것은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꿈속에서 보았던 초원, 그리고 사막, 드문드문 형태를 알 수 없는 나무들의 존재.
그것이 키나무인지, 바늘잎나무인지, 바오바브나무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상한 사람처럼 머리를 풀어헤쳐 정신이 나간 나무라고 여긴 것은 분명 바오바브나무였으며, 그것은 열대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라는 정점에서 나는 꿈에서 깨곤 한다. 어렴풋한 내 기억의 안착은 바로 그 바오바브 나뭇가지의 이끼였다.
그렇다면 내가 태평양을 건너던 작은 기억의 조각은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혼란스럽다.
이럴 땐 잠을 자야 한다.
꿈을 꾸기 위해서.
바오바브나무는 나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바오바브나무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이 좁아터진 비닐하우스 꽃가게에 앉아 바오바브나무를 만날 수 없는 일, 그래서 나는 꿈을 꾸어야 하고 지금은 절실히 꿈이 필요하다. 나의 근원은 꿈에서 시작한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