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내 신세란 갑갑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이 조그만 꽃가게에서, 그것도 금이 간 장독 뚜껑의 부숙토 속에서 겨우 뿌리를 내린 채 선택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을 바라보다 보면 언제나 객관성을 상실하고,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발동하여, 지나친 자기애적 연민에 빠지는 오류를 범한다. 이럴 때 나는 그것을 극복할 한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잠이다.
자고 싶다.
나른하다.
외로움과 고통을 잊기엔 잠처럼 좋은 약이 없다. 잠을 자야 하는 이유가 이렇듯 많은데도 나는 잠을 자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 남아 있는 시간동안 선택되어지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 기다림의 결과는 나의 결정에 지대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무색의 석영처럼 반짝이는 눈을 뜨고 그 상황을 직시한다.
맨 앞줄에 진열된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노랑꽃 로비비아 철화가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지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내 가슴은 통증과 희열로 찢어진다. 그것은 질투와 기회의 의지다!
축하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꽃에 대한 서로의 예의인 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침묵하며 붉은 가시로 콩닥거리는 내 심장을 찌르느라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다. 그러나 가시가 달린 선인장은 통증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버둥버둥 몸부림을 치며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제발, 나를 선택해 달라’고, ‘왜 나는 안 되느냐’고 절규하는 동안 나는 잠시 잊었던 ‘기회의 기회’를 엿본다.
앞줄로 자리를 바꿀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빳빳하게 쳐든다. 항상 서로의 눈이 마주칠 때 관계는 성립되기 쉽다. 교사와 학생,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주인과 상품…… 나는 현재 자유인이 아닌 상품이다.
그런 돌발적 행동과 절규는 여태껏 내 생에서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무모한 순수함의 발로였다. 나는 그 순수함이 누군가에게 꼭, 기어이 전달되길 바란다.
그러나 기회의 순간은 언제나 나에겐 불발의 찰나다!
보기 싫은 붉은 가시와 말라빠진 다시마 같은 잎 때문에 나는 아름다움의 경쟁에서 밀린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힘이고, 그 힘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그것이 꽃이 아름다워야 할 유일한 이유다.
앞줄의 선점 기회는 역시 나보다 훨씬 어리고 아름다운 아이의 몫이다. 그것은 이미 관습이 만들어 놓은 예고된 일임에도 나는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썩은 퇴비 속에서 내 분신을 확인하는 일보다 잔인하고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린 아이의 모습을 추호도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