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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May 03. 2018

24.다시 독감

다시 독감


독한 감기를 앓고 난 후에야

언제나 세상이 보인다  

   

며칠 밤을 뜨거운 고열로 지새우며

거친 가래와 함께 쏟아낸 핏덩이는

소중한 시간들을 잔인하게 삼켰고

급기야 

한참 오래 전 떠난 어머니를 부르기도 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의 시간이

항생제 속에 점점 녹아들어 잠이 들 때면 

    

따뜻한 손으로 아픔을 어루만지며

아프지 마라

울지 마라

무엇이 신의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토닥토닥 상처를 보듬는 일.  

   

내일이면 검은 유리창엔

찬란한 태양이 뜨고

빨간 장미가 피고

회색빛 낙엽조차 아름다울 것이니

나는 잠시 꿈을 꾸었고

세상도 잠시 꿈을 꾸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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