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한 꽃-10화

달을 사랑한 꽃

by 김도화



나는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의 꼬리를 따라간다. 낯선 곳이지만 낯설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마존 정글의 한 복판에서 웬일인지 나의 어린 새는 쫓기고 있었다.


꿈은 현실보다 잔인한 것인가?


가엾게도 나의 어린 새는 자꾸만 자꾸만 쫓기고 있었다.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를 집요하게 쫓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괴상한 울음소리뿐이다. 두렵다.

나도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를 따라 달린다. 타랑기레와 아마존 정글을 오가던 어린 새는 나의 근원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밀착하기 시작한다. 대단한 성과다. 그것은 잠에 대한 나의 노력이다.


나는 드디어 깊은 잠에 빠졌고, 온전한 나의 어린 실체를 발견하다. 손도 발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꼬맹이 선인장이 아마존 정글의 고사리 이끼에 뿌리를 내리려는 찰나, 괴상한 울음소리를 듣게 된 나의 어린 실체는 그 괴상한 울음소리를 따라 밀림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쓸데없는 호기심이라고 나무라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생존의 경쟁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그 어린 실체를 잡고 싶지만 내 손은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손을 뻗어 보아도 어린 나의 실체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꿈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린다. 꿈에서의 순간은 점점 현실적으로 돌변하고…….


나의 어린 실체는 그 괴상한 울음이 괴물원숭이의 유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어렸고,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독립된다는 것도 모르는 어린 아가에 불과했다.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절대적 고독을 맛보기에 너무 어린 나이, 선인장은 태어나면서부터 독립된 개체였고, 혼자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으리라!


아무튼, 나의 어린 실체는 그 괴상한 울음소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호기심을 끌어안고 위험에 빠져들었다. 나는 독립인지, 고립인지 모르는 야릇한 상황에 처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를 찾는 일, 그러나 어린 새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나는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를 쫓는다고 생각했으나 나의 어린 실체는 괴상한 울음소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꿈속에서 그 어린 실체가 더 이상 괴상한 울음소리를 따라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호기심은 언제나 설득의 우위에 있었다.


나의 어린 실체는 그 괴상한 울음소리가 먹잇감을 유혹하려는 괴물원숭이의 유인책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정글을 벗어나기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세상의 슬픔은 자신의 상황을 인지함에서 출발하는 것.


그때, 시커멓게 생긴 괴물원숭이의 긴 팔이 나의 어린 실체를 향해 다가왔다. 녀석의 꼬리와 팔은 어른 해바라기처럼 길었고, 그 키는 장성한 기린보다 커서 위협적이었다. 꿈에서나 봄직한 그 크기에 압도 되었고, 나의 어린 실체는 요란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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