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한 꽃-9화

달을 사랑한 꽃

by 김도화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꿀 수 있다면 좋겠다. 바오바브나무를 만나야 한다는 의지가 뜨겁게 혈류를 자극한다.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시간이 지나자 모두 지쳤는지 말들이 없다. 여기 비닐하우스에 남은 모든 이들은 오늘 하루, 선택으로부터 제외되었다는 것에 공감한다. 뒤늦은 침묵이 그것을 증명한다.

나는 밤을 기다린다. 그러나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가끔 불면증과 나는 씨름을 한다. 자야 한다고 생각하면 싸움은 더 치열해지고, 불면증은 말을 안 듣는 청개구리가 된다. 아주 못된 청개구리다. 그 녀석은 나의 그림자이며 나를 괴롭히는 추적자가 되어 나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때려주고 싶은 말썽쟁이다. 그 녀석은 때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나의 뇌리를 상상과 공상으로 마구 뒤섞어 혼란을 일으킨다. 내 기억이 흔들리고, 이름이 뒤바뀌고, 사람이 헷갈려 드디어는 내가 누군지를 모르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도 한다. 그래서 나에겐 잠이 필요하고 꿈이 필요하고 결국은 불면증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다.

자야 한다.


잠은 나의 의무며 기쁨이고 현실이다.

그리하여 나는 천천히 꿈을 꾼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웠던 바오바브나무를 만나야 한다. 그때, 어둠 속으로 환하게 빛을 내며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풀어 헤친 나의 유모, 바오바브나무, 나는 그 바오바브나무가 그리워 미칠 것만 같다. 나의 일탈이 시작된 곳, 그곳은 아마도 바오바브 나뭇가지의 이끼였을 것이다. 나는 그 바오바브나무의 이끼를 만나면 비밀의 열쇠를 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근원’에 대한…….

일탈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향해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가 날아온다.

애초, 그 유혹이라는 달콤한 손이 나를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바오바브나무의 이끼에 뿌리를 내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웠으리라!

나는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를 따라 기억나지 않은 유년의 기억을 또다시 더듬는다. 어떻게 태평양을 건너 아프리카의 바오바브나무에게로 갔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저지른 일탈의 대가가 참혹했다는 사실이다.


파란 장화를 신은 어린 새는 바오바브나무가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새로운 곳으로 향해 날아간다. 어린 새는 주인을 닮아 호기심이 많다. 언젠가 그 어린 새도 나처럼 후회를 할까? 늘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 대해서. 아니 방황과 호기심에 대해서.

그런데 사랑스러운 나의 어린 새도 아직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미증유의 상태만을 고집하는 말괄량이 아가씨가 아니다. 새로운 것이 아닌, 늘 그래왔던 내 삶의 치부가 늘어놓은 결함을 찾는 것이다.


나에겐 날개가 없다. 나의 미래를 안전하게 보장할 적금통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태양의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새가 나의 순수한 의지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의지는 언제나 삶을 지배하고, 살아있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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