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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Aug 24. 2022

갇혀살다 . 하나

추억에 갇히 그림자, 아버지

언젠가 어렸을 적에

한 아이가 길을 잃었다


산꼭대기 굽이굽이 골목길은 미로 같았고

똑같이 생긴 달동네의 풍경이 왜 그리도 낯설기만 했을까?


해는 지고 어스름이 깔릴 즘

길을 잃은 아이는 울다 지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가득 그물처럼 깔린 전실줄에 앉은 아기새들이

아이를 따라 함께 울었다


화가 아이는 때가 낀 긴 소매로 눈물을 닦고

전신줄에 앉은 아기새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 하나가 아이의 이마를 찍고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아이는 드디어 주저앉아 발버둥을 쳤다


엉엉엉 서러운 울음을 토해내면

"바보같은 녀석, 또 집을 잃은 게로구나"

아버지의 목소리는 하느님의 사탕보다 달콤했다


"야, 바보같은 녀석들, 밤새도록 울어 봐"

아기새를 노려보는 아이의 감자주먹을

따스하게 잡아주시며 껄껄 웃던 아버지의 야윈 얼굴


달빛에 늘어진 아버지의 기다란 그림자를 밟고

어느새 아이는 아버지의 그림자에 갇혀 버린 채 어른이 되어 있었다


-김도화, <갇혀살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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