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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Aug 25. 2022

갇혀 살다-둘

초코파이에 어린 아버지의 얼굴

이른 봄햇살이

환하게 툇마루를 비추던 어느 날

한 아이와 아버지는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아버지의 까만 눈썹이

그토록 매력적인지 그때는 몰랐었는데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 까맣게 내려앉은 눈썹은

흑장미보다 고혹적인 자태였다


아버지는 아이가 마시는 우유가 쏟아질까 빨대를 꽂아 주시며

따뜻하게 등을 쓸어 주셨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으로 사다드린 초코파이를 

한 입 베어 무시고

"세상에 이렇게 맛나는 과자가 다 있구나"

감동에 겨운 아버지의 눈은 병마에 시달려

이슬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이는 아버지의 눈에 왜 이슬꽃이 피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갸우뚱

아버지의 야윈 얼굴을 보았다


애써 미소짓던 아버지는 퉁퉁 부어 오른 배를 만지시며

막내딸이 사 준 초코파이 때문에 배가 불러 행복하다 하셨다


어리다는 것

어리다는 것이

세상에 철없이 남겨질

아버지의 작은 상처가 된다는 걸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세월은 흐르고

시간 속에 아득한 추억은

아이의 가슴에 언제나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달콤한, 혹은 달싹한 초코파이처럼 아버지의 검붉은 얼굴은

어린 아이를 지지 않는 한 송이 꽃으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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