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움의 몸살, 나의 아버지
겨울의 짧은 해를 등에 지고
막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발에선
고열처럼 뜨거운 발 냄새가 났다.
차가운 수돗물로 언 발을 씻고
발갛게 부어오른 발등을 주무르는
젊은 아버지의 얼굴엔 고단이 가득했다
고약한 발냄새에 잠이 깨어버린
성질 못된 열세 살 계집아이는
아무도 몰래 아버지의 운동화를 담장 밖으로 던져 버렸다
새벽녘, 운동화를 찾던 아버지의 역정에 잠이 깬 아이는
하얀 고무신을 동여매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끼고 아끼시던 당신의 추억같은 하얀 고무신을 신고
일곱 새끼들의 하루 끼니를 위해 가야 하는
아버지의 어깨는 외로웠다
무거웠을 그 발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얼마나 멀고 추웠을까?
눈물을 모르는 계집아이는 호호 두 손을 불어가며
담장 밖에 던진 낡은 운동화를 빨아 부뚜막에 말렸다
"착하네"
빙그레 웃는 아버지는 사랑으로 계집아이를 키웠다
마흔 다섯, 그때의 아버지는
일곱 새끼를 위해 늘 신발을 동여 매었고
마흔 다섯, 그 성질 못된 계집 아이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으며 시를 쓴다
돌아오기 위해 신발을 매어야 한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으로 알기도 전에
아버지의 신발엔 아픈 세월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