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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ma Aug 20. 2022

166년 전 오늘, 들라크루아가 쓴 편지

라미 기욤 오귀스트에게.

1856년 8월 20일 파리에서.


다정하고 좋은 내 사촌, 섭씨 30도의 무더위인데 용기 내어 손에 펜을 들고 편지를 써 준 것, 백번 천 번 고맙네. 그걸 어떻게 견디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편지를 받으니 무사히 지나온 것을 알 수 있었네. 고백하건대 나는 조금 고생을 했다네. 그동안 내내 이 끔찍한 예배당에 박혀서 가장 피곤한 작업으로부터 나를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붓을 놓지 않을 걸세. 앞으로 추위가 밀려온다 해도, 가을의 날들과 그날의 안개가 나에게서 빛을 앗아간다고 해도 말이지. 몽펠리에의 엄정한 비평가가 이곳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하게 하는군. 그걸 두 눈 사이에 담아갈 수 없기에 나는 그에게 반박하는 글을 써 보낼 생각이야. 그럼 아마도 뭔가를 얻을 수 있겠지. 

나는 자네가 이곳에서 라뷔 잡지를 본 후 그곳 카지노에서 다음호를 봤는지는 모르겠네. 기사는 독일 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에 이어 시인과 문학가들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갔지. 어찌나 지루한지 이 사항에 대해 관심을 쏟겠다는 그의 배려를 꺾기에 충분할게야. 적어도 지금은 말일세. 

아마도 나는 내 활에 맞는 새로운 줄을 찾게 되겠지. 그는 이 잡지에 종종 글을 쓰는 사람인데다 독일어를 잘 하니까 말이야. 단지 세일도 없는 이 시기에 파리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만.  

마지막으로, 내 친애하는 사촌이여, 자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면 그건 내 의도가 아니네. 내가 고독할 때면 자네는 나에게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지! 그래, 나는 기억한다네. 우리가 다른 세상의 인물들, 그러니까 메데이아, 오비디우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논의 할 때 자네가 문득문득 끼어들었던 것을.  

자네가 준비했던 그 식사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겠지. 

가끔은 그리 많은 사람 없이도, 적은 수가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슬픔은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지. 내가 가진 마음 중 하나는, 자네가 자네 입장에서 표현을 하는 것일세.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보낼 테니 말이야. 그러니 똑같은 마음이 아니라 할지라도 편지를 자주 쓰도록 하세. 

비록 누군가 곁에 없더라도 그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기댈 수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달콤한 일이지. 

내 생각에 우리 둘은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없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애정을 보인다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지. 

스페인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네. “희귀한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흔한 것이 넘쳐나지. 저속한 것들이 세상을 만들고, 가장 오래 지속되어, 사람들은 그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네. 

바덴으로 가게나. 아름다운 산에서 나오는 좋은 공기를 마시게나. 그리고 한 남자를 생각해주게. 하루 종일 팔레트를 든 채 작업실의 먼지를 들이마시고 아이디어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흔들거리는 사다리에 앉아있는 나를, 저녁이 되면 기분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보도를 활보하는 나를 말일세. 

친애하는 사촌이여, 따스한 키스를 보내네. 제니 또한 존경의 마음을 전해달라고 하는군.


외젠 들라크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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