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Dec 12. 2023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

나쓰메 소세키, 김재원 옮김,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읻다, 2020)


모든 걸 걸어본 사람의 태도

나쓰메 소세키, 김재원 옮김,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읻다, 2020)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작가이자 선생

나쓰메 소세키가 평생에 걸쳐 세상과 겨뤘던 싸움들


읻다 출판사 서한집 시리즈 '상응'의 첫 번째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이 출간되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문학론, 우정과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우정하던 벗 마사오카 시키와의 편지에서부터 소설을 쓰도록 이끌어준 다카하마 교시, 아내 나쓰메 교코와 나쓰메 소세키가 가장 아낀 문하생이었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여러 사람과 나눈 편지가 수록되었다. 하이쿠를 쓰던 청년기에서 런던 유학,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성공하여 생계와 창작 사이를 고민하던 도쿄대 교수 시기, 마지막으로 젊은 문하생들과 교류하던 만년까지의 편지들은 나쓰메 소세키가 걸어온 길을 환하게 보여준다. 농담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그의 편지를 읽으며 독자들은 옆집에 사는 어떤 이웃을 들여다보듯 직접적이면서도 먼 거리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다닐 때 선생님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대부분 문학이었고, 커피를 얻어 마시며 어지럽게 자란 나무들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좋았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장면은 이러한 것들이고 이야기는 대부분 꾸준히 하고자 하는 시를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의 말씀이었다. 나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너무나 푸른 나무를 생각한다. 그리고 들었던 야단이나 충고, 위로를 생각하며 나를 가다듬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편지를 읽다 보면 나에게 용기를 준 여러 명의 선생님이 생각난다. 나를 혼내시고 붙잡아주신 손들이 떠오른다. 나쓰메 소세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청년기의 그에게는 너무나도 문학을 사랑한 사람의 태도가 보였고, 만년에 다다른 그의 편지에서는 제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단단한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단단한 선생이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친구의 죽음, 유학, 노동 등 다양한 요인들이 그를 성장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적 요인일 뿐, 씨앗은 나쓰메 소세키 본인에게 있다. 그를 키운 것은 문학을 통해 세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고, 생활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사투였을 것이다. 편지는 혹독한 세상에서 버티기 위한 귀한 창구였을 것이다. 그가 동료들과 나눈 편지에는 진실되며 솔직한 말만 있다. 그는 동료가 보낸 편지에 솔직하지 않은 말을 보낼 거라면 더는 보내지 말라고, 자신도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곧 자신의 생활로 이어진다. 그는 글을 한 편 더 쓰기 위해 도쿄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아사히 신문에 입사하기도 했다. 엄격하면서도 솔직한,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그의 태도를 계속 보다 보면 말을 더하고 싶은 것보다 계속 듣고만 싶어진다.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천천히 들어보기를 권한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핀사단]『세모 네모 청설모』-민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