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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m Kim Mar 14. 2020

음악을 브랜딩하는 <스페이스오디티>의 비밀을 찾아서

브랜드스토리텔링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을 브랜딩하는 뮤직 크리에이터 그룹으로 출발해 음악과 관련된 프로젝트라면 브랜딩, 마케팅, 제작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음악 스타트업이자 브랜드다. 최근에는 팬덤 연구소 '블립'을 설립하고 팬덤 데이터 관측기 '케이팝 레이더'를 공개했으며, 정확한 데이터 관측을 기반으로 삼는 'Space Task Group'으로서 <스페이스오디티 2.0>[1]의 출발을 알렸다. 2017년에 설립된 <스페이스오디티>의 역사는 약 2 년 반으로 다소 짧지만 40여 개 음원 제작을 비롯해 '아지트라이브', '디깅클럽서울'과 같은 프로젝트들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한, 올해로 3 년 연속 콘텐츠 업계의 다양한 관계자들을 섭외한 컨퍼런스[2]를 주최하는 등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중이다.


출처: 스페이스오디티 홈페이지



<스페이스오디티>가 진행한 크고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들을 언뜻 봤을 때는 음악 외에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스페이스오디티>는 이름에서부터 브랜드의 지향점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형태와 진행 과정이 다른 프로젝트들도 결국 <스페이스오디티>만의 브랜드 미션, 브랜드 컨셉, 브랜드 슬로건[3]을 모두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스토리텔링 사례 중 하나로 분석 가능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브랜드 네이밍부터 시작해 <스페이스오디티>가 <스페이스오디티 2.0>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나가고 확장해나간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스페이스오디티>의 브랜드명에 사용된 스토리 소스를 이해하면 브랜드 이름 뒤에 따라오는 컨셉과 슬로건까지 한 축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이스오디티>의 구성원들은 다수의 인터뷰와 텀블벅 프로젝트, 홈페이지 소개글에서도 <스페이스오디티>라는 이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스페이스오디티>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에서 따온 이름이다.[4] 이 노래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향해 몸을 맡겼던 우주 비행사 톰 소령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스페이스오디티>는 여기서 'Space Oddity'를 '아무도 가지 않았던 미지의 우주를 향해 목숨을 걸고 로켓에 몸을 맡긴 채 출발해 겨우 궤도에 안착했지만, 깜깜한 우주를 외롭게 유영하고 있는 우주비행사'라고 정의한다.[5]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톰 소령과 같이 제각각의 우주를 유영하며 세상을 바꾸는 히어로, 즉 '스페이스오디티'로 본다.


다음은 <스페이스오디티>의 소개글의 일부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용감하지만 외로운 우주의 괴생물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바꿔왔던 건 세상의 모든 오디티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오디티들을 응원합니다. [6]


'오디티'는 괴짜라는 뜻을 가졌지만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오디티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이스오디티>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살펴보면 '오디티'로 대변되는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고 이들을 조명하는 일을 하는 <스페이스오디티>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다. 그는 스타일리스트나 포토그래퍼를 포함한 크리에이터들을 기반으로 산업이 유지되는데도 이들이 용역과 스탭 정도로 대우 받는 환경을 언급하며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7] 이는 곧 브랜드 미션이 되는데 이렇게 <스페이스오디티>가 목표하는 바는 브랜드 슬로건에도 녹아있다.



'세상의 모든 스페이스오디티들을 위하여!'와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는 <스페이스오디티>가 창립 때부터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문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문구의 경우 오디티, 즉, 크리에이터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지속적으로 어필함으로써 능력있는 오디티들과 협업하고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나가는 <스페이스오디티>의 행보와 매우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바로 2017년에 작업한 멜론 브랜드 필름의 진행 방식이다. 해당 필름은 남자편, 여자편으로 각각 7분, 3분짜리 영상 두 편에 불과했지만 <스페이스오디티>는 각 필름에 맞는 뮤직비디오 감독과 작사가를 따로 따로 섭외했다.[8]


[멜론] 우리 지난날의 온도 (full ver.)


[멜론] 브랜드필름_마니또 (Full Ver.) 정은지편


또 다른 사례는 '디깅 클럽 서울'[9]이다. 올해 진행된 '디깅 클럽 서울(2019)'은 14인의 음악 큐레이터들로 추천 받은 '시대를 앞선 20세기의 음악'들을 21세기에 주목받는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다. <스페이스오디티>에는 가수나 작곡가 같은 창작자가 소속되어있지 않지만, <스페이스오디티>는 프로젝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크리에이터를 찾아내고 이들을 연결해 음악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음악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브랜드의 방향성을 구체화해나갔다.


데이브레이크 - 넌 언제나 (디깅클럽서울ver.) MV


그런가하면 <스페이스오디티>는 명확한 브랜드 컨셉[10]으로 <스페이스오디티>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스페이스오디티> 브랜드 마케터는 그의 글에서 특별한 브랜드 전략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대신,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 우주, 오디티(괴짜)'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명확하게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방향을 설정한다고 밝혔다.[11] 실제로 <스페이스오디티>가 2017년에 주최했던 개업식 겸 컨퍼런스의 이름은 '리프트 오프(Lift off)'로 우주선 발사를 뜻하고, 매주 목요일에 발송하는 뉴스레터 이름은 '오디티 스테이션(oddity station)'으로 라디오 방송국과 우주 정거장을 뜻하는 스테이션의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처럼 <스페이스오디티>는 행사 하나를 준비할 때도 브랜드 컨셉을 분명히 했다. '리프트 오프' 행사 당시에는 관객들에게 스티커와 패키지를 나눠주었는데, 스티커는 노엘 갤러거,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뮤지션의 명언과 망언으로 디자인하고 실제 우주 식량과 아폴로, 행성 수제 사탕 등을 넣은 우주 식량 패키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는 작은 것에서도 브랜드 컨셉을 놓지 않은 <스페이스오디티>가 음악과 우주, 오디티 세 가지 키워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오디티>가 <스페이스오디티 2.0>를 시작하며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에 'Space Task Group'으로서의 역할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스페이스오디티>의 지향점의 바탕이 되는 또 다른 스토리 소스를 살펴보고자 한다. 'Space Task Group(스페이스 태스크 그룹)'은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주인공 캐서린 존슨이 흑인 여성 최초로 NASA의 핵심 팀에 배정될 때 나오는 팀 이름이다.[12]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수학 능력으로 미국이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데 커다란 공을 세우는데, <스페이스오디티> 역시 정확한 계산을 통해 '오디티'가 원하는 궤도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정확한 계산이라는 것은 <스페이스오디티>가 데이터를 판단 근거로 삼아 시장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 해당하며, 그 결과물로 <스페이스오디티>가 선보인 서비스가 바로 팬덤 데이터 관측기 '케이팝 레이더[13]'라고 볼 수 있다.



https://www.kpop-radar.com/


지금까지 음악을 브랜딩하는 브랜드 <스페이스오디티>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보며 이를 브랜드 네이밍, 브랜드 미션, 브랜드 슬로건, 브랜드 컨셉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스페이스오디티>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결과는 <스페이스오디티>의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만 보지 않고 <스페이스오디티>의 다음 일을 궁금해하고 <스페이스오디티>의 방향성에 공감하는 팬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본다. 창립 2주년을 맞아 ‘Space’와 ‘Oddity’가 새겨진 평범한 티셔츠와 브랜드 컨셉에 충실한 스티커들을 갖고 진행한 텀블벅 프로젝트가 1386%의 펀딩률, 후원자 176명이라는 결과를 낸 것으로도 그 사실은 확인이 가능하다.



소속된 가수 한 명 없는 이상한 음악 회사라고 스스로 소개하며 이상함을 강조하는 <스페이스오디티>. 그러나 <스페이스오디티>에게 이상하다는 것은 남다르다는 것이고, <스페이스오디티>는 ‘오디티’의 이미지를 통해 다른 음악 회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음악을 제작한다는 강점을 끊임없이 말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굳히고 있었던 것이다.




[1] 스페이스오디티 매거진https://www.spaceoddity.me/odditymagazine/oddity-fandom

[2] 올해 11월에 열리는 2019 스페이스오디티 컨퍼런스에는 틱톡 코리아, 플러스엑스, 뉴닉 등 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의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https://spaceoddity.cc/

[3] ”브랜드 스토리 개발을 위한 요소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 미션, 브랜드 콘셉트, 브랜드 메시지, 브랜드 슬로건 등으로 브랜드의 본질을 나타낸다.” 본 글은 브랜드 네이밍과 브랜드 미션, 브랜드 컨셉, 브랜드 슬로건의 개념을 참고하여 <스페이스오디티>를 분석하였다. - 김태욱, 『브랜드 스토리 10가지 기법』,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p.9.

[4] 정혜윤, 「스페이스오디티: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퍼블리, 2018년 5월 31일자. (해당 링크는 결제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 아래 퍼블리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https://publy.co/content/2012

[5] 스페이스오디티 홈페이지 소개글https://www.spaceoddity.me/about

[6] 스페이스오디티 홈페이지 소개글https://www.spaceoddity.me/about

[7] 차우진, 「인터뷰: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퍼블리, 2018년 2월 14일자. https://publy.co/content/1765?fr=search

[8] 정혜윤, 위 글.

[9] 디깅클럽서울은 2018년 처음 ‘20세기 음악과 21세기 뮤지션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시티팝 다섯 곡을 지정해 리메이크한 프로젝트로 네이버문화재단과 스페이스오디티가 함께 기획했다. 인기에 힘입어 2019년에는 ‘시대를 앞선 20세기 숨은 음악’을 주제로 진행 중이며 올해는 2019년 10월 14일 기준 세 곡이 발매되었다. https://www.naverfoundation.org/digging_club_seoul

[10] 브랜드 컨셉은 고객에게 보여줄 커다란 주제로, '고객이 다른 건 몰라도 이 느낌만은 갖도록 하자'라는데서 출발한다.” 김태욱, 위 책, p.10.

[11] 정혜윤, 위 글.

[12] 스페이스오디티 매거진https://www.spaceoddity.me/odditymagazine/oddity-fandom

[13] https://www.kpop-radar.com/


<참고문헌>

김태욱, 『브랜드 스토리 10가지 기법』,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정혜윤, 「스페이스오디티: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퍼블리, 2018년 5월 31일자. https://publy.co/content/2012

차우진, 「인터뷰: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퍼블리, 2018년 2월 14일자. https://publy.co/content/1765?fr=search


스페이스오디티 매거진https://www.spaceoddity.me/odditymagazine/oddity-fandom

2019 스페이스오디티 컨퍼런스https://spaceoddity.cc/

스페이스오디티 홈페이지 소개글https://www.spaceoddity.me/about

디깅클럽서울 홈페이지 https://www.naverfoundation.org/digging_club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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