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에게

by 파랑고양이별




친구야

. . .

잘지내?






오랜 친구에게




이승재



달리는 기차 안에서

폐섬유화로 오랫동안 시름하던

작가 친구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달 전 통화에서 그는

피가 먼저 지쳤다고 했다

글은 이제 더 이상 쓸 수 없고

떠나고 싶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도 했다


숨이 먼저 겨울을 만난 일이

뭐 그리 미안한 일이라고…

나는 애써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입김으로 흐려진 기차 유리창을

아무리 닦아도

창밖을 볼 수 없었다


이름도 모르는 다음 역에 내렸던 건

사실

눈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다


이 밤

누가 또 그를 위해

멈춰 서서

울어줄까


그래서

내리자마자

플랫폼에 주저앉으니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다음 기차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문을 열고는

한참을 출발하지 않았다


기차 불빛이 지나가자

그제서야

파도소리가 들린다


.


.


.


여기가 네가 말했던

삶과 죽음이 만나는

그 바닷가구나


.


.


.


친구야


내가 곁에 없어도

줄지어 가는 저 새들이

너를 다시 친구로 맞아줄 거야


떠나고 싶다던 그 꿈처럼

높이높이 날아서

아프기만 했던 세상과는

점점 멀어져


그곳에서 다시

네 하얀 종이 위에 잠시 멈춰있던

불꽃처럼 커다란 숨을

자유롭게

쉬게나



벌써부터



그리운



내 친구야










지금도

혼자 떠나게 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 남깁니다.


친구야, 잘 지내?



→ <제 시집은 여기>




image courtesy of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