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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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첫 발걸음처럼
이승재
바람이 멈춰 서는 곳
그 깊은 바닷속이
원래 내가 살던 곳이야
산호초 하나 없는
깊은 바닥을 끝없이 기어다니다
문득
작게라도 숨을 쉬고 싶어졌어
처음부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렇게 바닷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한 번도 신겨보지 못한
아기의 하얀 양말처럼
멈춰 있던 시작들이
흰빛으로 크게 흔들려,
그렇게
첫눈이 내려오네
태초의 순수처럼
기적도 눈물도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못한 채
내가 존재해서
네가 죽은 것은 아닐까
내 파도의 끝에 닿아
사라지는 하얀 숨소리를
다시는 바람이 데려가지 못하게
온몸으로 감싸안고 있었어
빛의 끝에 혼자 서서
아이야,
첫눈이 온다
첫눈을 맞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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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고 이별했던
작은 존재들의
손길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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