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그리고 깊은 바닷속 아이

by 파랑고양이별




첫눈이 왔어요

. . .

아이의 첫 발걸음처럼







첫눈, 그리고 깊은 바닷속 아이




이승재




바람이 멈춰 서는 곳

그 깊은 바닷속이

원래 내가 살던 곳이야



산호초 하나 없는

깊은 바닥을 끝없이 기어다니다

문득

작게라도 숨을 쉬고 싶어졌어

처음부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렇게 바닷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한 번도 신겨보지 못한

아기의 하얀 양말처럼

멈춰 있던 시작들이

흰빛으로 크게 흔들려,



그렇게

첫눈이 내려오네



태초의 순수처럼



기적도 눈물도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못한 채



내가 존재해서

네가 죽은 것은 아닐까



내 파도의 끝에 닿아

사라지는 하얀 숨소리를



다시는 바람이 데려가지 못하게

온몸으로 감싸안고 있었어



빛의 끝에 혼자 서서







아이야,







첫눈이 온다









첫눈을 맞으면
.
.
.
'안녕'하고 이별했던

작은 존재들의

손길이 느껴져요
.
.
.


image courtesy of unsplash






patrik-kovar-XwiAfYTNL8Q-unsplash.jpg '내가 존재해서 네가 죽은 것은 아닐까' - 바다의 아이가 눈꽃의 아이에게 -




→ <제 시집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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