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길냥이의 기도

by 파랑고양이별


비 오는 날, 길냥이의 기도



이승재



우리 둘은 그날도 빗속에 나란히 서서

내일을 믿는 척했어요

죽음을 잠시 미루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척했지요


그런데 아침에

누군가 막대기를 휘둘렀어요

넘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담장에 매달린 발톱은 끝내

흙탕물 위에 뒹구는 흔적을 남겼죠


마른자리 하나 없는 골목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아도

지붕 밑에 기대선 우리는

젖은 털을 핥으며

서로의 체온에 의지했었는데


. . .


내가 죽은 그날에도

비는 멈추지 않았어요


. . .


아직 남아있는 아이의

마지막 날에는


햇살을 내려 주세요


나는 신을 알수없지만


정말 그런 존재가 있다면


그건 당신일 거예요




– 길냥이의 기도 –




햇살을 내려 주세요
. . .




마지막 날에는요...



image courtesy of unsplash






→ <이승재 시인 시집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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