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스런 열병. 5

잠 속에 부는 바람

취할 때가 많아요. 마시면 취하고 취하면 그립고 그리우면 떠들죠. 너스레란 것은 편하다고 믿게 되었어요. 잘마른 빨래를 개는 것처럼 취하면 잘 말랐다고 믿죠. 나는 정답을 몰라요 그 무엇이건. 내 말을 오해하거나 곡해하지 마시길. 중심은 사랑인 거죠.


보리차를 끓일 때마다 두 컵의 물을 따라 놓아요. 두 컵을 놓고 당신은 연애의 짝수를 생각할 지 모르겠네요. 커피 두 잔, 영화표 두 장, 포개진 두 손이 한 손. 보리의 경계는 반을 가르죠. 나는 반과 반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죠. 그러므로 두 컵. 허겁지겁 마시기엔 끓인 보리차는 좋지 않아요. 나는 물 많이 마시는 하마라 할게요.


술로 인해 경계를 허물 때가 많죠. 아뇨 쉽게 허물 수 있기에 술 마시는 지 몰라요. 마실 때마다 알싸하게 무너지는 맛. 그 맛으로 살고, 무너지고, 분노하죠. 때론 당당하게 전화를 하면 죄다 부재 중인지. 나는 부재를 부르는 술꾼이라고 일기장에 쓴 적이 있네요.


변하는 건 없죠. 늙은 노모의 걱정은 늘어가지만 변함은 없어요. 나는 염병스런 열병을 앓기에, 잔잔한 삶을 산다고 쉽게 말하죠. 잠을 청하면 잠 속에 부는 바람이 어찌나 불편한지요. 바람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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