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웅크린 둥근 방
동거차도에는 풍랑주의보가 걸렸다고 해요. 맹골수로에는 우웅 우는 바람이 종일토록 걸려있고요. 물살에도 뼈가 있어 뒤척이는 파도는 가시에 걸린 채 비명을 지른다죠.
둥근 방에 갇힌 나는 심해의 비명을 받아 적고 있어요. 달빛은 서슬을 문 채 도심을 배회하고 소문은 무성하게 자라죠. 소문에 귀 기울이면 비명은 파열음을 내며 A4 용지를 갈기갈기 찢죠. 건져지지 못하는 영혼이 달빛에 올라 타 창문을 두드리고, 나는 눈 가리고 귀 막고서 독하다고, 나는 독해졌다고 주문같은 위안을 되뇌이죠. 찢겨진 백지가 창백하게 색 바래져 있네요.
당신의 안부를 달빛에게 묻네요. 당신이 있는 곳은 번지수 잃어버린 둥근 방.
달빛이 주소가 되어 바다 위를 떠도는 방.
들썩 거리는 풍랑도 염치없어 얌전히 웅크리고 누울 방.
소리도 없이 누운 당신의 등을
다독이며 나도 같이 눕고 싶은 방.
물 위에 물 속에 달빛이 만든, 당신이 담겨있는
환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