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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낸 한 철1

김성철

 1. 출근


 정신없이 출근하는 사람들의 꼬리를 밟으며 동행, 누군가 함께 걷는다는 건 설레지만 지리멸렬한 일

 마트 앞 냉동탑차, 식용 돼지들이 바닥에 흘린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죽었으나 살고 싶은, 누웠으나 다시 제 몸을 일으키고 싶은 본능.

 벌건 피가 뚝뚝 동질감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2. 은행나무 정거장


 거대한 은행나무가 정거장의 천장을 뒤덮고 있었다.

 마을버스는 고개 숙인 채 은행나무 겨드랑이 속으로 진입. 나도 마을버스 따라

 고개 꺾고 진입. 세상엔 고개 꺾을 일이 얼마나 많은가.


 3. 통지서


 첫 출근. 회사로 들어서자 모든 직원들이 물청소 중이었다.

 낡은 구두 뒷굽에 들앉은 희망이 젖을까 물을 피해 뛰었다.

 대부분 나를 보고 의아해했으나, 누군가 뜻 모를 암구호로 나를 설명했다.

 나는 정체불명의 암구호. 


 일흔이 넘은 의료기기 사장은 문장의 중요성에 대해 누누이 강조했다.

 친숙하지 않은 전문용어처럼 나는 불그레한 낯빛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언젠가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던 날도 이러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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