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기우는 곳에서부터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그 비를 방 안으로 불러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온 몸으로 흠뻑 두들겨 맞고서는
정수리부터 젖꼭지까지, 젖꼭지부터 발끝까지
빗소리를 죄다 담아둬야지
몸에서 나는 소리를 담고서 비가 떠나는 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종일토록 방바닥에 붙어 빗소리를 개야지 옷장에도 넣어두고 이불장에도, 신발장에도 달빛 먹은 비향을 쟁여두지 남은 것들은 생쌀에 씻어 밥솥 가득 밥을 짓고 또 남은 것들은 밑물로 써야지
불이 꺼지면 비향을 꺼내 당신 딛는 발걸음마다 푸른빛으로 물들여야지 이름을 부르기 전 닫힌 창 열어 제치고 물결 모양 톱니 돌려 줄기 돋우면 소쩍새 울음소리 같은 당신 목소리
달이 기우는 곳에서 비가 오면 당신보다 먼저 비를 부르고서
물푸레나무처럼 차분하게 늙어가야지
달이 기우는 비향 쟁이고서 파랗게 물든 당신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