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당신을 향해 걸어온 시간은 수백만 광년이지 한 생 지나고 또 생을 지나 건너온 길에서 당신을 만났지 보자마자 당신은 내 손을 잡고 아랫목에 앉히고선 걸어온 사연을 묻지 발바닥을 숨기고 홍조 띤 너스레를 떨어도
당신은 이팝나무처럼 새하얗게 울며 서성이는데
당신은 주저앉은 채 내 신발을 신고서
끈 매듭 단단히 조이네
내 걸어온 길을, 붉은 꽃물 발등에 이고 간다 하네
같이 걷자는 나를, 말리는 나를
앉히고서는 조용히 걸어가네
이팝나무 꽃잎 바람에 날려 가네
나는 붉게 물든 발을, 함께 걸어온 낮달을 흘겨 바라보지
당신이 떠난 길에 서서 수백만 광년 전에 만난
당신을 또
기다리기 시작하네
장례식장 앞뜰 가득
꽃잔디와 이팝나무를 잔뜩 뿌려 놓은 봄이
널브러져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