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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드마크에 담긴 비명

  내 발붙인 땅은 겨울의 땅

  서쪽에서 해가 올라 동으로 지는 땅

  바닷물이 말라 썰물이 되면 세월의 늑골과 심장이

  썩지 않고 밀려오는 땅

  돋은 종기가 썩고 문드러진 채

  진물 삼키는 땅

  숨죽여 노래 부르면 희망이 절망으로 변절되어지는 땅

  문자 아는 손을 자르는

  맹인의 깜깜한 땅


  길을 걸으면서 핑계가 많아졌다 집에 돌아가기 싫었고 때가 되면 피는 봄꽃들의 속없음이 싫었다 위로하는 법을 잊었고 무당에게서 위로받는 일이 흔해졌다 인스턴트 국물은 엄마의 손맛을 닮아가고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펭귄은 무릎이 있을까? 당신이 던진 질문에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화창한 연애는 끝났다 모든 게 상상 속 펭귄에 갇혀있었다


  봄밤 길을 걷는다 바람에 뜯긴 꽃잎이 비명을 지르는 밤

  스키드마크가 선명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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