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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어쩌면 이 도시는 맛있을 지도 모르겠어


  이 도시를 처음 만나는 순간 겨드랑이에서는 농담이 자랐지 빌딩은 높아서 잡아당기기만 하면 그늘이 달려왔지 그늘의 장대한 기골에 놀라 맛이란 것을 가늠하지 못 했어 이 그늘을 벗어나면 저 그늘 저 그늘 끝에 또 다른 그늘. 그늘은 그늘을 먹고 자라나 봐 그늘이 먹는 그늘의 맛은 어떨까?


  그런데, 이 도시는 왜 이렇게 심드렁해? 나에게도 옮아오는 반듯반듯하면서 모난 냉소. 고개를 들어 올려 바라보는 그늘의 시작은 시원하고 높고 깊고 때론 이것도 저것도 삼키고 소문마저 삼키는 그런, 심오한 맛? 겨드랑이에서 자란 농담은 단 맛이거나 신 맛.


  이 도시의 맛들은 간절하면서 깊지.


  그늘을 등지고 지하를 돈다. 지하를 돌고 또 도는 맛은 폭우를 닮았지 멈출 듯하면 계속 들이붓는. 어제의 침수가 세간을 말리면 활어전문 집 활어들은 비린내를 풍기며 구간과 구간을 배회하지 나는 도시의 지하에 앉아 바다를 맛보는 중이야 바다는 도심을 떠날 줄 모르나 봐


  화투점을 친다. 분홍빛 사쿠라가 달콤하고 팔광이 떠 캄캄한 육질의 사내와 계집이 떠돈다는 운세. 언제까지 도심을 떠돌아야 하나? 건장한 사내와 눈빛 그윽한 계집이 벽이 둘러쳐진 방을 가지면 세간들의 맛은 단맛 가득한 시큼일 텐데


  지금은 바다로 나간 사내가 이 거대한 도시에 가득하고 나는 도시의 지도를 펼쳐놓고 맛의 지도를 그리는 중이지


  어쩌면 이 도시의 끝은 맛있다라고 쓰여질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도통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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