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8시에 문손잡이를 잡고
9시에 문손잡이를 잡는다
번호를 누르거나 돌릴 때마다
어디에선가 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패배감
밥솥은 말랐고 밤은 차고
상념과 자괴감은 덩치를 키운 채 어둡고
나는 밤을 두려워한다
예고 없이 귀를 파는 파열음이나
잎사귀가 썩어가는 화초의 흔들림에도
습성적으로 몸을 만다
이불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괴기한 소음
패배감과 상념과 자괴감과 공포가
밤마다 떠다니며 돈다
8시 문손잡이를 돌리고
9시에 문손잡이를 돌리면
식은땀을 뚝뚝 흘리는 하루가 돌고 돌아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