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 혹은 땅땅한

김성철

나는 슬픔을 지녔으니 모른 척 말고

슬픔을 널어 버려야지

안쪽부터 차곡히

어제 온 슬픔부터, 달려오는 처량함까지

먼저 다가올 처참함까지

빼곡하고 빼곡한 건조대에 널어야지

시대의 안위 혹은 사상의 변절 따위는 잊은 채

나약하고 나약한 빨래건조대에서

빼싹 마른 발로 나를 끌고 펴

나를 말려야지

건조대의 뼈대가 복숭아뼈나 숨골의 뼈를

바삭하게 말려도

나는

단단 혹은 땅땅하게 말려야지


햇내 물씬 풍긴 바삭한 나를

탈탈 털면서 이 생은

풋풋했다고 아니 아주 잘게 바스러졌다고

슬픈 기색 없이

느름하고도 함박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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