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픔을 지녔으니 모른 척 말고
슬픔을 널어 버려야지
안쪽부터 차곡히
어제 온 슬픔부터, 달려오는 처량함까지
먼저 다가올 처참함까지
빼곡하고 빼곡한 건조대에 널어야지
시대의 안위 혹은 사상의 변절 따위는 잊은 채
나약하고 나약한 빨래건조대에서
빼싹 마른 발로 나를 끌고 펴
나를 말려야지
건조대의 뼈대가 복숭아뼈나 숨골의 뼈를
바삭하게 말려도
나는
단단 혹은 땅땅하게 말려야지
햇내 물씬 풍긴 바삭한 나를
탈탈 털면서 이 생은
풋풋했다고 아니 아주 잘게 바스러졌다고
슬픈 기색 없이
느름하고도 함박
웃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