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김성철

9회 말 하위 타선부터 시작되는 암울한 2점 차

나는 마운드를 바라보며 울고 있어

무표정한 사내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통쾌한 역전을 노릴 수 있을 텐데

사내는 어떤 구질을 던질까?

타선을 침묵시키는 저 이는 마술사

둥근 공 말아 쥔 손놀림만으로도

휘거나 떨어지거나 빠른.

사내의 다음 구질을 예측하지만

구석 노린 공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속은 듯, 하지만 속이지 않는 저


그라운드 속 사내들처럼 나도 희망 없는 9회 말

왜 눈물은 멈추지 않는 걸까?

관중석엔 한숨을 쉬거나 울거나 목쉰 사람들

누군가 어깨를 다독이며 이길 거라

이겨낼 거라고 위로했지

포수 미트가 펑 펑 울린다

내 연애도 쉽게 삼진당할 수 있다면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았을 거야


나쁜 놈 나도 모르게 던진 한마디가 시원했어

무표정한 사내가 잠시 일그러졌다

9회 말 투 아웃 주자 1루

숨겨진 거포가 대타로 나온다

날카로운 눈매가 사내의 무표정을 읽고 있지

한 방 날릴 수만 있다면

연장전의 패배도 감미로울 텐데

투구 폼 잡는 무표정한 마술사


9회 말 투 아웃 주자 1루

실연당한 내가 타석에 서 있는

플레이오프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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