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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죽었다

김성철

운동장 담벼락엔 책가방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지 

운동장은 심심할 틈이 없다고 투정 부리기도 했지만 우리는 

아랑곳없었어 갈 곳이 어디 있겠어? 그 흔한 

영어학원도 없었으니까 믿지 못하겠지?     


돌도 놀잇감이었고 나뭇가지도 놀잇감이었어 

돌을 던져 돌을 맞추고 돌을 튕겨 

남의 땅도 따 먹었어 내 땅을 잃은 날엔 분을 못 이겨 

친구 돌멩이를 걷어차기도 했지 

못된 녀석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웃기도 했지만 말야 

나뭇가지로는 뭐 했냐고? 땅에 끄시고만 다녀도 재미났어 

손으로 벽을 끄시고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말야 

아무도 없을 땐 나뭇가지로 몰래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도 쓰기도 했지 

누가 가까이 오기라도 한다면 발로 쓰윽 

운동장은 많은 남자애 여자애의 이름을 꼬옥꼬옥 새겨놓았다고 해     


가끔 운동장에 중학생 형아들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운동장의 모든 것들은 멈추지 일시 정지 버튼 알지? 그것처럼 말야

팔뚝 규율부 완장처럼 늠름하면서도 무서운     


운동장이 심심해질 때는 까만 저녁이 운동장을 배회할 때쯤이었어

누군가의 엄마가 누구야 밥 먹어 외치면 일시에 운동장은 심심해지는 거였지

담벼락 가방들도 죄다 집에 돌아가고 

누구누구는 가방이 뒤바뀌기도 했지

가방이 서로를 닮아 똑같거나 비슷비슷했으니까

그러면 엄마 아빠 잔소리 피해 가방 바뀐 건 비밀     


저녁 운동장은 텅텅 비었지

코로나 때문에 텅 빈 학교처럼 말야

언제부터 운동장이 죽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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