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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복현 시인 Oct 16. 2024

네 꿈이 뭐니?

-초등학교 중.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

제1부 네 꿈이 뭐니?


        

                                                                                                 

네 꿈이 뭐니?
 



엘리베이터에 만난 옆집 누나가

물었다.
“너 참 똑똑하게 생겼구나.
네 꿈이 뭐니?”
 
“제가 꾼 꿈 말이에요?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이요.”
 
“호호호 호호호”
옆집 누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니, 그런 꿈 말고
장차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거야”
 
“아  그거요, 사람이 되는 거죠”
 
“하하하, 얘 아주 독특하네
너는 이미 사람인데 사람이 되고 싶다니?”
 
“아 네,  우리 선생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요

사람다운 사람만이 사람 이랬어요”
 
“아 그래, 넌 정말
일찍이 사람이 다 되었구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옆집 누나가 작별 인사를 했다
 
“호호호 사람 안녕! 또 만나자”





고슴도치
 


 

뭐, 너를 안아주라고?

 
아야야  다가오지 마
내 가슴에 구멍이 나고 말 거야
 
고슴도치야, 미안해!
 

네가 참 신기해서 좋지만
너를 안을 순 없어




                                                                                              

풍뎅이와 소금쟁이
 



물에 빠진 풍뎅이가

뱅글뱅글 돌고 나서
 

“누구라도 나처럼 여러  바퀴를
제자리 돌기를 하진 못할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소금쟁이가 비웃으며
 

“이 바보 풍뎅이야
너처럼 어지럽게
제자리 돌기만 하다가는 딱!
개구리에게 잡혀 먹히고 말걸,”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보란 듯이 헤엄쳐 앞으로 나가더니
금세 건너편 연못가에 이르렀다
 
그러자 마침 풀숲에 숨어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개구리에게 날름 잡혀 먹히고 말았다.     


그러자 풍뎅이가 뱅그르르 돌면서

“거봐!

잘 난 체하다가는 큰일 난다니까”




               

영문을 모르겠다.   




학교 끝나고 동네 친구 영만이, 지훈이와 함께

수영장엘 갔다.
셋이서 수영하며 재밌게 놀고 있는데 저쪽에서
우리 반 혜숙이가 수영복을 입고 걸어오는데
참 날씬하고 예뻤다
 
혜숙이는 미처 날 보지도 못했는데
나는 왠지 혼자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며 망설이고 있는데
지훈이가 대뜸, 조그만 목소리로 내 귀에 대고
"저 애, 정말 죽인다." 하는 거였다.
 

지훈이는 그날 나에게 죽어라고
호되게 알밤 몇 대 맞았다.
지훈이는 알밤을 여러 대 맞고서도

반성하기는커녕 꽥꽥 소리만 질러,

나는 그만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한참을 물속에 잠수해 숨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괜히

나 혼자 귓바퀴가 빨개지면서
수영복을 입은 혜숙이 예쁜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 것인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개학식
 



봄 학기가 시작되고
나도 어느새 4학년이 되었다
 
3학년 때 엄마처럼 다정했던
담임선생님과 헤어질 생각 하니 섭섭하고
새로 오실 담임선생님이 누구실지도 궁금하여
첫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삐그덕 -  마침내 교실 문 열려
감았던 눈 살짝 떠보는데
 
아이고, 이거 큰 일 났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무섭다는 호랑이 선생님,

바로 그 김동개 선생님이 아닌가!
 
 앞으로 다가올 1년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하하하 그래도 반가워요, 호랑이 선생님!
 
 겁 반, 웃음 반, 친구들은 모두
 일어서서 크게 박수를 쳤다.  





                  

거북이


    


우리 집에는
기르는 거북이 세 마리가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거북이집이 엎어져

거북이들이 뿔뿔이 사라진 것을 구

석구석 헤매며 다 찾았다.
 
제일 큰 왕초 거북이, 그다음으로

대장 거북이와 가장 작은 추장 거북이가 있다
 
저마다 특기가 있는데
왕초 거북이는 개헤엄, 대장 거북이는 밥 많이 먹기,
추장 거북이는 특기 없음이 특기다.
 
나는 얼른 숙제를 끝내고 오락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만 싶은데
집에만 갇혀 있는 거북이들은 얼마나 심심할까

생각이 든다.
 
학교에 데려가고 싶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혼날까 봐 그럴 수 없다.
 
참 이상하다.
거북이는 항상 책가방을 등에 지고 다니는데 

왜 거북이 학교는 없는 걸까?   




       


스승의 날



      

으악! 지각이다.
허둥지둥 학교로 뛰어갔다.
 
오늘은 스승의 날, 반 친구들이 모두 모여

담임선생님께 축하하기로 했는데

하마터면 혼자서만 늦을 뻔했다.
 
친구들과 교실을 예쁘게 꾸며놓고
책상 뒤에 몰래 엎드려 숨어 있다가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순간, 함께

스승의 노래를 합창하며 폭죽을 터트렸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신

주 예쁜 여선생님이시다.
얼마 전에 임신을 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혹 폭죽 소리에 놀라시지나 않았을지
애 떨어질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놀라지 않으셨다니 안심이었다.
 

참 이상하다.

스승의 날이니 선생님이 기쁘셔야 하는데

내가 더 기뻐했으니,





                   

국화빵
 


 
엄마랑 손잡고 시장 구경 갔다가
막 구워낸 뜨끈뜨끈한 국화빵을 사 먹었다
 
나는 손바닥이 뜨거워서
요리조리 굴리면서 식기를 기다리는데
 
엄마는 그사이 호호 불며 맛있다고
급히 먹다가 그만 혀를 데고 말았다.


속에 든 팥이 너무 뜨거웠던 것인데
나는 그걸 알기에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식혀가면서
천천히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혀가 쓰리다고 인상을 쓰면서도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예쁜지
찬찬히 바라보시며 흐뭇해하셨다.                                                   





개구쟁이 콩이
 
 


우리 집 강아지 콩이는

귀찮고 사랑스러운 개구쟁이다.
 
귀찮다고 저리 가라고 손짓해도
화장실까지 쫄랑쫄랑 따라붙고
내 장난감과 연필을 물어뜯어 놓고
심지어는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어
지각을 할 판인데,

내 양말을 물고 도망을 친다.
 
하지만 나는 콩이가 좋다.
 
콩이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
귀찮고도 예쁜 개구쟁이다.




                                                                  


첫눈 오는 날
 



 학교 수업 끝나고 학원으로 가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워매 좋은 거!
 나는 눈을 흠뻑 맞았음에도
 웬일로 기분이 좋아서 활짝 웃었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일제히
 "훈이 너, 무슨 좋은 일 있어?" 하는 거였다.
 
 “그래, 이렇게 첫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안 좋을 수 있니?”
 
 친구들이 까르르까르르  따라 웃었다.   





                                          

용돈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반장선거를 하였는데
내가 뽑혔다

부담도 조금 되지만 기분이 좋아서
나를 적극 밀어준 춘식이와
몇몇 친구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누어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동네 구멍가게서 뽑기를 하느라

남은 용돈을 다 날렸다.
 
엄마가 용돈을 주면서 제발 아껴 쓰라고

말씀하셨는데 걱정이 된다.
 
하지만 엄마도 오늘만은 이해하시겠지
내가 반장이 되었다고 말하면 오히려

기뻐하실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안심이 된다.
                          





이상한 아이
 
 


토요일 오후
동네 아이들이 여럿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데  

잘 모르는 한 아이가 술래가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숨으려고 흩어지고

나도 급히 숨으려고 달아나는데
웬일로 술래 아이가 졸래졸래 따라오는 것이었다,
 

나는 술래에게 눈을 감고 기다려야지

왜 졸졸 따라오는 거냐고 했더니 기분이 상한 듯

술래를 그만두고 집으로 가버렸다.


나는 기가 막혀 혼자서 중얼거렸다.
“참 이상한 아이도 다 있네”


        



                                           

고드름 가족
 



시골집 추녀 끝에 유리막대 같은 고드름이
줄을 지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햇살 환하고 하늘도 푸르러 무척 기분 좋은 날인데
웬일로 고드름은 하나같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다.
 
아마도 고드름 가족에게
우리가 모르는, 무슨
슬픈 일이 있나 보다.                                                                                






나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쉬는 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에게 퀴즈를 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게
뭐 게?”
 
친구들은 한결같이 어리둥절하여 눈치만 보는데
그중에 동혁이가
“나이지 뭐야, 그것도 모를 줄 알고?”
 
조용하던 친구들이 그때서야
아- 하며 깔깔 웃었다.                                                                                






제2부 만화책 만세!                                                                                           




만화책 만세!
 



선생님께서 독서 시간에 읽을 책 한 권씩

가져오라고 하셨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동화책을 가져왔는데

나 혼자 만화책을 가져갔다.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손바닥을 맞는

벌을 받았다.
 
조금 창피했지만 나는 동화책보다
만화책이 더 좋은 걸 어떡해!
 

다음부터는 동화책도 같이 가져와
벌을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     


만화책 만세!   





                                                         

전철역에서
 
 


누나와 함께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날도 추운데 조그만 바구니 하나 옆에 두고

차가운 계단 한쪽에 엎드려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나는 갑자기 집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그 할머니가 너무나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앞서 가는 누나 몰래 가만히 지갑을 꺼내어

엊그제 엄마가  아껴 쓰라고 준 용돈 오천 원 중에
삼천 원을 할머니께 성금으로 드렸는데
웬일인지 조금도 아깝지가 않았다.
 
누나가 저만치서 소리친다.
“빨리 와! 거기서 뭐 해?”
 
막 뛰어가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상하게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왜

마음이 약해질까?
 
엄마에게 또 용돈 달라고 하면 분명히

벌써 다 썼느냐고 혼날 텐데‥
 
하지만 결심했다.

그래도 끝까지 오늘 일은 말하지 말자!               






팽이는 이상해



      

팽이를 친다.

채찍으로 호되게 내리친다.      


참 이상하다.

치면 칠수록 자꾸만 더 때려 달라니     

때리면 때릴수록 기운이 펄펄 살아나는 팽이

아픔을 견디며 울음을 참으며 가슴 가득히

무지갯빛 꿈을 품고 신나게 뱅뱅 돌아간다.      


결국엔 내가 지쳐 채찍질을 멈추고 나서

팽이도 쓰러진다.     


팽이는 참 이상하다.     

실컷 얻어맞아야 펄펄 살아나고

때리기를 멈추면 오히려 쓰러져 죽어버리니,






화장실 청소
      



오늘은 우리 반 1조가
남자 화장실 청소 당번이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은
가로막 벽 하나 사이로 붙어있는데
점심시간에  갑자기  남자 화장실 바닥 하수구가 막혀
더러운 청소 물이 점점 차오르더니
아래쪽 뚫려있는 가로막 사이로 흘러

여자 화장실로 밀려가자
 

 여자 화장실 여기저기서 끄악!  끄아악
 여학생들의 비명이 들리더니
 여자 애들이 자반 남학생들에게 따지러 몰려왔다
 남자 화장실 하수구가 막힌 것을 여학생들에게
 다 보여 줬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소리소리 지르고 열나게 싸우면서도
드디어 수업 시간 전에 하수구도 다 뚫고

청소를 말끔히 해치웠다.
 

치열했던 전쟁도 끝났다.
기적이었다.   



    


                       

잠버릇
 



토요일 밤 내 친구 재용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내 방에서 함께 잠을 잤다.
 
재용이가 밤새도록 온 방을 이리저리 구르며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바람에
 나는 한 잠도 잘 수 없었다.
 
 으아ㅡ 신경질 나,
 저 코를 그냥 휴지로 막아버려!
 
 나는 잠도 못 자고 코 고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재용이가 갑자기 코골이를 뚝 멈추더니
 눈을 번쩍 뜨고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방안을 두리번두리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더러 여태도 왜 잠을 안 자느냐는 듯이
 빤히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하도 어이가 없어

빙긋이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 재용아
 비록 네가 잠버릇은 심해도
 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야!   





  

눈사람
 



어제는 토요일, 함박눈이 펑펑 와서
형과 함께 어둑어둑 저물도록
눈사람을 만들었다.
 
밤에 피곤하여 늦잠을 자고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보니
햇살이 눈부셨다.
 
눈사람이 생각나서 창문을 열고 보니

눈사람 머리통이 없어진 것이었다.


형한테 눈사람 머리가 왜 없어졌는지 물어봤더니

햇볕에 녹아서 머리통이 사라지고
몸통만 남은 거란다.
 

나는 눈사람이 너무 불쌍해서

몸통만 남은 눈사람 곁에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현충일
 



오늘은 현충일, 국경일이라서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  

실컷 늦잠을 자고

아홉 시쯤에 아침 식사를 했다
 
반 친구 동혁이를 불러

레고 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데

열 시쯤 되어 뿡 뿌우우우웅 ㅡ 하고

사이렌이 길게 울었다.
 
 나는 레고 놀이를 멈추고

무릎을 꿇고 묵념을 했다.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엄마 아빠도 죽었을지 모르고,

그렇다면 나도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동만이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뭣 하러 묵념은 하니?” 하는 거다.
 
동혁이는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이

고맙지도 않나 보다.    





                    

이사 가는 춘식 형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동네 춘식 형이

오늘 이사를 간단다.
 
나는 거실에 책가방을 그냥 던져놓고
춘식 형이 떠나기 전에 보고 싶어서
헐레벌떡 뛰어갔다.
 
다행히도 춘식 형은 아직 떠나지는 않고

이삿짐을 챙기고 있었다.
 
나는 춘식 형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섭섭하여 얼싸안았다.
슬퍼서 눈물이 울컥 나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하필이면 춘식 형이 이사 가다니,

오늘은 참 슬픈 날이다.                                                  






우리 엄마 보디가드



         

우리 집 강아지 예삐는

우리 엄마 보디가드

 
누가 엄마를 만지거나 다가가면
앞을 가로막고 깽깽 짖는다.
 
그리고 엄마를 때리는 시늉을 하면
물어뜯기라도 할 듯이 덤벼든다.
 
나는 예삐를
우리 엄마 보디가드라고 부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예삐는 왜  
내가 그렇게 먹이도 주고 예뻐하는데
나의 보디가드는 안 해 주는 걸까?   





                                                    

하루살이와 모기
 



하루살이와 모기가 하루종일 함께 놀다가
헤어지며 인사한다.
 
모기가 하루살이에게
“하루살이야 고마워. 오늘은 아주 즐거웠어.
 잘 가, 내일 또 만나자”
 
그러자 하루살이가 모기에게

“그래, 잘 가”라고 말하다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데 모기야,
 내일이 뭐야?”   





                                                         

엄마 뱃속에 축구공      



         

엄마 배가 동그랗게 튀어나와서

엄마에게 물었죠.     

엄마, 엄마 뱃속엔 뭐가 들었어요?

응, 축구공이란다.

정말요? 축구공이면 꺼내서 저에게

주시면 안 돼요?


응, 이 축구공은 열 달 후에 태어날

네 동생이 혼자서 심심할까 봐

공놀이하라고 넣어 준 거야      


정말요? 아 신기해

나는 엄마 배에 가만히 귀를 대고  

무슨 소리가 나나 귀 기울여 들어봤다.      


그러자 엄마는

봐라, 아기가 발로 툭툭 축구공을 차고 있지 않니?      


나는 신기해서

둥그러 한 엄아 배에 귀를 대고 들어 보았다.


오, 정말요. 후후후   





                                               

똥 누다가 지각   



        

늦잠을 잤다.      

아침에 허둥지둥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 늦었는데

하필이면 이런 때 똥이 마려울 건 뭐람!    


한참을 끙끙대며 힘을 써도 똥은 안 나오고

땀만 뻘뻘,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이거 큰일 났다.

지각이 뻔한데,     


눈 부릅뜨고 혼내실 담임선생님 생각에  

그나마 나오려고 폼 잡던 똥이 그만 다시 쏘옥-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이코, 지각이야!

오늘 나는 죽었다.





                                                  

보슬비    



           

보슬비는 왜 내릴까?     


길가에 나무들

세수하라고,     


보슬비는 왜 내릴까?      


때 묻은 풀잎들

손 씻으라고,   





                                                                                                           

방귀는 즐거워  


             


점심시간 끝나고 오후 수업 시간에

내 앞에 수현이가 갑자기

방귀를 뽕! 뽕!     


선생님도 당황하여 따라 웃다가 그만

포옹! 뽕!      


조용하던 교실이 갑자기

너도나도 호호호, 하하하     

수업 시간에 신나는 방귀 잔치가 벌어졌다.


수현이도 선생님도 얼굴이 빨개졌다.     

복도를 지나던 교감 선생님이 무슨 일인가 하고  

유리창 너머로 힐끗 쳐다보며 지나간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흐뭇한 웃음 짓고 지나가신다.  





                                                                         

제3부 이상한 안경                                                            

                                                            




이상한 안경   


       


할아버지 주무실 때
호기심에 몰래 써 본 돋보기안경
어질어질하다
 
할아버지 안경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멀쩡한 내가 어지럽고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데
할아버지는 그런 안경을 꼭 써야 만이
잘 보인다고 하시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지 돋보기는

참 이상한 안경이다.                                                                 






조약돌   



            

날마다 물결에 씻겨 

아프지 않고는

동글동글  

귀여워질 수가 없대요.     


하루도 빠짐없이

돌돌돌 노래하지 않고는  

반들반들

예뻐질 수가 없대요.





                                                                                                                      

나도 새 옷 입고 싶어  


         


엄마는 늘 형에게만 새 옷을 사주고

나에겐 형이 입던 헌 옷을 입혀주며

딱 맞네, 참 좋다, 하신다.      


형이 물려준 헐렁한 옷을 입고

엄마와 함께 들길을 걷다가

나는 일부러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허수아비 곁에 나란히 섰다.      


허수아비도 헐렁한 옷을 입고

허허허 쓸쓸하게 웃고 있다.


나도 따라 싱겁게 웃고 말았다.

어머니도 빙긋이 따라 웃더니

말없이 내 머리통에 살짝

꿀밤 하나 먹이신다.      


허수아비도 나처럼  늘

몸집 큰 동네 아저씨들이 입던

헐렁한 헌 옷만 걸치고 있으니

기분이 안 좋을 건 당연하겠지?      


나처럼

섭섭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 표 스웨터   




             

엄마가 짜주신 털옷을 입으면

엄마 품처럼 포근해요.      


한 땀 한 땀

엄마의 정성이 짜여서

추운 겨울에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부잣집 동무들이

명품이라 자랑하는 비싼 옷보다

모델들이 차려입은 멋진 옷보다       

나는 우리 엄마가 정성 들여 짜주신 ,


엄마 표 스웨터가 제일 좋아요.   






                                                                                       

송사리 학교 소풍 가는 날   




       

오늘은 송사리 학교 봄 소풍 가는 날      

송사리 학교 선생님은  덩치 큰 피라미 선생님      

1학년 송사리들이 줄을 서서  졸졸졸 따라나서자

피라미 선생님은 앞장서서

하나둘하나둘 구령을 붙이고

뒤따르는 송사리 학생들은

셋넷셋넷 발맞춰 갑니다.      


소풍이 즐거운 1학년

송사리 학생들은 선생님 따라

요리조리 졸졸졸

신이 났습니다.





                                                                           

고양이 눈 속에 구슬   



              

고양이 눈 속엔

지난번에 친구와  구슬치기 하다가 잃어버린

예쁜 구슬이 박혀있어요.      


가만히  다가가서

찬찬히 고양이 눈 속을 들여다보자

어느새 눈치챈 고양이가

그걸 알고 슬금슬금  

구슬을 뺏기지 않으려고   

뒷걸음쳐 도망갑니다.





                                                                                                   

거미의 아침 식사    


            


어, 벌써?

아침 해가 활짝 떴네!

학교 시간 늦겠다, 서둘러야지.      

나뭇잎 뒤편 공부방에서

늦잠 자던 어린 거미 한 마리

씩씩 눈 비비고 일어나

잠도 덜 깨어 엉금엉금

밥상머리 앞으로 기어 나온다.      


오늘 아침 메뉴는  

갓 빚은 이슬 만두 한 개에

상큼한 햇빛 소스     


소스를 골고루 잘 발라서

맛있게 냠냠!

잘도 먹습니다.  





                                                                                

장난꾸러기  파도    



           

바닷가 모래밭에 맨발로 서있으면

파도가 살금살금 다가와 장난을 친다.      


처음에는 살살 다가와서  

하얗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내 발바닥을 간질이다가       

내가 깔깔대며 달아나면

금방 속도를 높여 쫓아와서는

와락 껴안고 덮치기도 한다.      


파도는 하루종일 숨바꼭질하듯

저와 함께 놀자고 장난을 건다.


어둑어둑 저녁이 되어도

별들과 함께 놀자 촐랑거린다.      


파도는 저러다가 언제 잠드나?

숙제는 언제 하고 학교는 언제 가나?      


아마도 저러다가 늦잠 들어 지각하면

선생님께 많이 혼날걸!     





                                   

보름달      



         

보름달은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주신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 같아요.      

  

어쩌다가 실수로 바닥에 툭! 떨어뜨리면

와장창 깨질 것 같은

둥그런 사기 접시 같아요.    

  

하늘 길을 달리던

고장 난 구름 수레에서

떼구루루 빠져나온 황금 바퀴 같고요.


우리 형이 멋지게 쏘아 올린

농구공 같아요.     


아니, 아니 내가 뻥! 뻥!

하늘 높이차 올린 축구공 같아요.





                                                                                

고마운 쓰레기통   



             

험하고 궂은 것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혼자서 몽땅 다 책임지는

쓰레기통이 고맙다.      

코 묻은 휴지를 손에 들고

어디에 버릴까 두리번거릴 때

저만큼에서 쓰레기통이

여기요! 손짓한다.       

쓰레기통이 입을 벌려 활짝 웃으며 말한다.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 말고

언제나 나에게 줘!

내가 다 책임질게 ”        

참 착하고

고마운 쓰레기통입니다.    





                                                         

물어볼 수도 없고  



             

우리 반 여학생 중에

이민정이 제일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      


나 말고도 다른 남학생들에게 제일 인기가 높다.      

나도 이민정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한 번만 마주쳐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말을 걸려고 다가가면 가슴이 떨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앞이 깜깜해져 돌아선다.      


이민정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얼른 고갤 돌려

모른 척하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혹시 이민정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무척 궁금해 죽겠는데

이것 참  

물어볼 수도 없고...   





                                 

거울은 흉내 내기 천재다  


              



내가 울면

거울이 따라 울고       

내가 찡그리면

거울도 따라서 찡그리고      

내가 화를 내면

거울도 따라서 화를 낸다.          


내가 웃으면

거울도 따라 웃고      

내가 머릴 빗으면

거울도 따라서 머릴 빗고     

내가 예쁜 옷을 입으면

거울도 샘이 나서  멋을 부리고...      


거울은 샘 많은

흉내 내기 천재다.  





                                                

손잡아주는 나무   



             

아빠 따라 설악산에 갔을 때

가파른 산길에서

할아버지처럼 구부정한

소나무를 만났다.      


아빠보다 먼저 오르려다

숨차서 헐떡거릴 때

허리 굽은 할아버지 소나무가  넌지시 팔을 뻗어

내 손을 잡아주었다.     


길목마다 지켜 서서

손잡아주는 나무들이 있어서  

참 고맙다.      


아빠도 내 뒤에서 낑낑대며

소나무 손을 잡고 올라오신다.    





                                                                   

우리 아빠 빨간 넥타이   


             


우리 아빠 멋을 부린

빨간 넥타이      


바람 산들 불어와 팔랑일 때면   

혀를 날름대는 성난 뱀 같아.      


아이구나! 무서워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아빠를 올려다본다.    

  

아빠가 씩 웃으며

혀를 날름!      

아이, 무서워!   





                                                                                            

제4부  벌 받을 각오  


   


                                                                                               

벌 받을 각오     




어제는 우리 반 남자아이들이
희선이를 놀리는 바람에 희선이가 사라져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화가 잔뜩 나셔서
큰 소리로

“희선이 놀린 애들 다 나와!”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겁이 나서 망설이다가
 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제일 먼저 앞으로 나갔다.


 내가 먼저 나가자 민수와 창식이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따라 나왔다.
 그런데 종혁이와 철환이도 나오지 않아
 친구지만 속으로 얄미웠다.
 
 하지만 벌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종혁이와 철환이도 함께 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종혁이와 철환이는 나를 만나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괜찮다고 어깨를 툭툭 치자
그때서야 안심한 듯
빙긋이 웃으며 나를 얼싸안았다.






선풍기 바람    



           

멋모르고 지나가던 바람이

선풍기에 걸려들어  

한참이나 뺑뺑이를 돌고 있다.      


얼마나 어지러울까?      

일단 이단 삼단 사단

속도를 더하다가

송골송골 이마의 땀방울이

다 식고 나서야 선풍기를 끈다.      


기진맥진한 바람이 그제야

정신 겨우 차리고

한숨 길게 내쉬며 한마디 한다.       


“후유-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초승달   



             

누가 던져놓은 부메랑이  

하늘을 저렇게 떠돌고 있을까요?      


구름이 지나가다

싹둑싹둑 잘리고      


어린 별들은 잔뜩 겁을 먹고서

움츠린 채 눈만 꿈벅 꿈벅!     


말도 못 하고 슬금슬금

초승달 눈치만 보고 있어요.





                                                                                                              

간호사 누나는 거짓말쟁이



               

간호사 누나는 거짓말쟁이

커다란 주사기를 손에 들고

도망가려는 나를 붙들고

“하나도 안 아파, 누나가 책임질게”

하고서는 순식간에

내 팔뚝에 주삿바늘을 쿡!

찔러놓고 만다.      


아얏! 소리도 못 내고

아파도 이 악물고 참는 나에게

“어때, 안 아프지?”

빙그레 웃으며 약을 올린다      


간호사 누나는 거짓말쟁이지만  

환하게 웃는 간호사 누나가

나는 좋다





                                                                          

갈매기와 까까    



           

바닷가에 갈매기들 우르르 몰려와

머리 위를 맴돌며 까까까 까까

잠시도 쉬지 않고 울어댄다.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져주면

재빠르게 낚아채 한입에 꿀꺽한 후

금세 다시 돌아와

말 서툰 우리 동생  과자 달라 손 내밀 듯

까까까 까까, 까까까 까까

쉬지 않고 울어댄다.   

  

갈매기는 정말

까까를 무척 좋아하나 봐!  





                                                                                        

짝꿍    



           

오늘은 새 학기

옆자리 짝꿍을 바꾸는 날     


왠지 내가 좋아하는 이한준이

옆자리로 꼭 올 것만 같아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누구에게도 내 맘을 말한 적 없는데

나 혼자서 괜히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두근두근

콩닥콩닥






      




 평생을   말없이 눈으로만 가르치는 선생님


언제 어디서나 다가가 말 걸어도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준다.      


책은 소중한 친구며 스승

모르는 게 많고 답답할 때

불평불만 투덜대도 말없이 다가와

가만히 내 곁에 있어 주는,

친절한 친구며 존경하는 선생님     

 

가까이 다가가 소곤소곤 말 걸면

하루 종일 배워도 모르는 것들을  복습할 수 있도록

번이고  백 번이고 또다시 보여주고 또 보여 주는

책은 참 귀하고 고마운 선생님이다. 





                                                           

연못 거울    


           


보름달이 올 땐

마을 앞 작은 연못부터 찾아와요.


가만히 다가와 손거울처럼

요리조리 비춰 보고

방긋 웃어요     


하늘소, 풍뎅이, 사이좋게 노는 곳에

아기별들 멋모르고 뛰어들다가

물에 빠져 허푸 허푸 허우적댈 때면

물고기들이 우르르 몰려와

금빛 별을 미끼로 잘못 알고

덥석덥석 물어요.      


갑자기

고요하던 연못이 파드득!

깜짝 놀라 그려지는

파노라마, 파노라마  파노라마





                                                                         

몽당연필        



        

나는 몽당연필이에요


어느 날 가만히

친구들과 나란히 필통 속에 누웠는데

장대같이 키 큰 녀석이, 갑자기

내 옆으로 쑤욱 밀고 들어와서는

기다란 다리를 쭉 뻗어

비좁은 자리를 다 차지하며 뽐낸다.   

  

잘난 체 깔보며 으쓱대는 꼴이라니!

나도 이전에는 너보다 훨씬 컸지.      

오래도록 깎이고 깎이다 보면  

너도 언젠가는 나처럼

짜리 몽땅!

작은 키가 되고 말 거야     


우리 연필은 깎일수록 겸손해야 해

네가 크면 얼마나 크다고

벌서 거만하면 안 되지


네 친구는 아무도 없게 될 거야.     

앞으로 조심해!


그래도 끝까지 반성하지 않으면

너는 이 필통에서 당장 

쫓겨나게 될 거야!     





     

동물원 호랑이      


          


동물원 호랑이가 참 불쌍하다.

저렇게 좁은 우리  안에

꼼짝 못 하고 갇혀 있다는 게,     


호랑이는 얼마나 답답할까?

어느 초원에서 살다 왔을까?     


넓은 풀밭을 마음껏 내달리며

큰소리 뻥뻥 치며 살 수도 있었는데

하루종일 파리 쫓으며 낮잠이나 자고

수많은 구경꾼에게

사생활을 죄다 보여 주며

사육사가 가끔 던져 주는 먹이나

날름날름 한 덩이씩 받아먹고사는

호랑이 신세가 불쌍하다.      


위험하지만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풀어 주고 싶다.     

초원을 마음껏 누비며

산천이 떠나가도록

쩌렁쩌렁 소리 높여 외치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그림자    



           

귀찮아서 떼어놓고 가려고

살그머니 일어서서 조심조심 도망치면

그사이 어느새 알고

꽁무니를 따라나선 그림자     


그림자는 내 비밀을 다 알고 있어서

미워하고 멀리하면 내 비밀을 다

친구들에게 말해 버릴까 봐

함부로 화낼 수도 없는 얄미운 찰거머리     

아이고, 아이고 어쩌면 좋아!      


화장실까지 졸졸 따라와서

지켜보는 그림자    

 

정말 창피해서 죽겠네!   



                                                     



나누기와 더하기     



           

친구들은 왜 더하기를 좋아할까?     

모두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누는데     

하나 더, 하나만 더,  소리 높여 외친다.          


더하기는 욕심!

나누기는 사랑!          

작은 콩알 하나도 나누어 먹자

욕심부리는 사람은 되지 말자   


    


                                                                               

보름달과 조롱박   



            

공처럼 둥근 보름달

하늘 벌판을 데굴데굴 굴러와

시골 마을 초가지붕 위에

살짝 걸터앉는다.     


기다리던 조롱박이 다가가

기념사진 찍자고

살며시 어깨를 기댄다.     


찰칵!     

활짝 웃고 있는 두 친구  





                                                                                                        

라일락이 나에게



              

오늘은 엄마 생일

꽃을 선물하고 싶은데 용돈이 없어,


쓸쓸히 들길 걸어  집으로 오는데      

길가에 키 큰 라일락 꽃나무

수백 송이 꽃을 피워

활짝 웃으며 내게 하는 말      


“예쁜 소녀야, 가까이 오렴!

내가 너에게 선물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보랏빛 꽃다발을 준비했단다.

자 여기, 받으렴!”     


나는 라일락 꽃다발을 받아 들고

너무 기뻐서 곧장 집으로 달려가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엄마! 여기”     

깜짝 놀란 엄마 품에 라일락 꽃다발을

한 아름 가득 안겨 드렸다.     


엄마도 활짝, 꽃다발도 활짝

나도 활짝 함께 웃었다.






호랑이 선생님




숙제가 많이 남았는데

졸음은 인정사정 하나 없다.     


숙제를 다 못하고 꼬박 잠이 들어

늦잠 자는 바람에 지각하고 말았다.      

허겁지겁 등교 시간

이거 참 큰 일 났다.


눈에 어른대는 호랑이 선생님      

생각할수록 탓할 것은 졸음밖에 없다      

졸음..너, 두고 보자

이다음엔 내가 꼭 너를 이기고야 말겠어!   




                                                                                       

제5부  안녕 로봇!        

                                                  


                                                          

안녕, 로봇!


 


로봇이 친구라면 참 좋겠다.
 
걷기도 잘하고, 말도 할 줄 알고
내 말도 곧잘 듣는, 그런 로봇
 
내 친구 동식이처럼
말도 안 듣고, 화도 잘 내고
싸우려고만 덤비는, 그런 친구 말고
언제나 내가 시키는 대로 곧잘 하고

거역하지 않는 로봇이 좋아
 
 물론 다른 친구들도 좋지만
 내 맘 알아주고 반대하거나
 도망치지도 않는, 그런 친구가
 로봇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녕, 로봇!
 내 친구가 되어줄래?”  





                                                          

어쩌다 꾀병
 



콜록콜록 기침 소리 듣고

어머니께서 가만히 다가와 내 이마에
손을 얹어 짚어본다.
 
“애고 이를 어찌해, 감기로구나
열이 높아 오늘은 학교 못 가겠구나” 하신다.
 
나는 속으로 공부하기 싫은데 잘 되었다 싶어
일부러 더 아픈 척 소리 내어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어리광을 부렸더니
 
그래, 내가 선생님께 전화할 테니
오늘 하루는 학교 가지 말고 푹 쉬어라,
맛난 것 사 줄 테니, 뭐 먹고 싶은 것 있니?

하시는 게다.
 
옳거니, 잘 되었다.
이런 때 호강 한 번 하는 게다.
많이 아픈 듯이 잔뜩 얼굴을 찡그리다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속으로 빙긋이 웃는다.
 
“엄마, 나 매콤한 통닭, 떡볶이,
그런 거 먹으면 나으려나요?”
 
호호호 어쩌다 꾀병,
이것 참 즐겁군!





     

봄비
      




 쪽쪽이 쪽쪽, 쪽쪽쪽
 
 이 소리가 무슨 소리?
 
 새싹이 봄비 엄마 젖 는 소리
 
 
 사드락 뿅뿅, 사드락 뿅뿅
 
 저 소리가 무슨 소리?
 
 봄비가 꽃잎에 입 맞추는 소리



                                                                                              



모기    



           

모기는 간호사도 아닌데

허락 없이 주사를 놓는다.     


아무에게나 살며시 다가가

냉큼 주삿바늘을 꽂고

피를 빨아먹은 다음 달아난다.     


간호사 선생님이 주는 주사는

아플 때 나으라고 주는 주사     

모기가 몰래 놓고 도망치는 주사는

온갖 병을 퍼뜨리는 주사     


주사를 못 놓으면

화가 나서 잉잉대며 돌아다니는

모기는 정말 못됐어!   





                                                                              

리모컨    



           

리모컨은 편리해

멀리서도 스위치만 누르면

금세 나타나는 텔레비전 화면     


보고 싶은 친구도

짜잔! 하고 나타나는

리모컨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야,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실수로 리모컨을 잘못 눌러

철수 대신 갑자기 영희가 불쑥!

나타나면 어쩌지?      


왜 불렀니? 물어보면

보고 싶어 불렀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에이, 그럴 땐 정말

창피해서 어쩌지!





                                                                     

솔과 달      


          


소나무가 팔을 뻗어

푸른 손바닥을 펴더니

둥그런 황금 달을 받아 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소나무 위에 까치집이

등불을 켠 듯이

밤새도록 환하다.





                                                                                                                       

눈 내리는 저녁   



            

세상에나, 세상에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온천지가 순식간에

하얀 도화지가 되었다.      


하늘에는 얼마나 큰

눈 공장이 있길래

산과 들을 금방 덮을 만큼

눈송이를 저렇게 만들어낼까?     


내 마음에도 펑펑 눈이 내려

친구들과 다투고 잘못한 일들

슬프고 속상했던 일들을 모두

하얗게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하루종일 펑펑 눈을 맞고

하얗게 되어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저녁놀
 


 

누가 저녁 하늘 한쪽에

붉은 물감을 엎지른 걸까요?
 
하늘 학교 미술 시간이었나 봐요
어느 학생이 수채화 물감으로
꽃을 그리다가 물감을 엎질렀나 봐요
 

구름이 지나가며

흘린 물감을 닦고 있네요.
 
점점 묽어지더니
말갛게 저문 하늘에 점점 점
별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어요.
 
나도 그림을 그리다가 아차!
다 그린 그림 위에 실수로
물감을 흘린 적이 있거든요.
         




                                                         

수화하는 누나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아나운서 곁에서 이상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거리는가 하면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팔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열심히 수화를 하는 누나를 본다.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세상에는 소리를 잘 못 듣는
사람이 참 많다고 하신다.
 
입술을 씰룩거리며 손짓 몸짓을 하는

누나가 참 우습기도 했지만

고마운 누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화하는 누나, 고마워요!

호호호   





                                                                   

수줍은 능금
 



능금은
볼이 참 빨개요.
 
부끄럼 많이 타는
우리 누나 같아요.
 
잘생긴 옆집 수혁이 형이
힐끗 쳐다만 보고 지나가도
 
금방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돌아서서 도망치듯이
문 닫고 방안으로 쏙

숨고 말지요.
 
볼이 빨간 능금은 꼭
예쁘고 부끄럼 많이 타는
우리 누나를 닮았어요.
 
능금을 누나라고 불러볼까요?

누나를 능금이라 부를까요?                                                       






자판기         

 



나는 초등학생
나이가 어려서 큰누나처럼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다.
 
장난감 하나 사는 것도
엄마 눈치를 봐가면서
해해 웃고 애교를 부리며 사정해야 하니,

휴- 용돈 한번 타내기가 너무 힘들어!
 

그런데 자판기는 말도 할 줄 모르는 대도

돈벌이 장사를 곧잘 하니 부럽다.
 
나는 자판기보다도 못한 것인가?
곰곰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엄마 아빠는 내가 열심히 공부하여

시험성적이 좋거나
하기 싫은 심부름을 잘 해내면
용돈을 주시곤 하지
 
나도 자판기처럼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부러워할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하지만 말도 못 하는 자판기가
물건을 팔고 돈을 번다는 게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하지만 자판기야!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너도 이제 알았으면 좋겠어.  





   

하필이면 수업 시간에
      



하필이면 수업 시간에
호주머니 속 구슬이 빠져나와

떼구루루-

교실 바닥으로 떨어질 게 뭐람!
 
바지 주머니에 작은 구멍이 나 있는 줄도 모르고서
자습 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구슬치기 하던 것을
주머니 가득 빵빵하게 넣어뒀으니!
 
말없이 빙긋이 웃으시던
담임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게 뭐야, 구슬 다 이리 가져와, 압수야, 압수"
 
내 얼굴이 빨개졌다.
 
아 참, 내가 바보지!
혼나도 정말 할 말이 없다.





                                                                

고마운 청소기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나는 동생과 이부자리를 개고
어머니는 신나게 청소기를 돌린다.
 
소리가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남들이 더럽다고 싫어하는 것들을
청소기는 닥치는 대로 날름날름
다 먹어 치운다.
 
요리조리 구석진 곳까지
청소기가 지나간 자리는 모두 깨끗하다.
 
오늘 아침은
청소기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다.
 

참 고마운 청소기


청소기는 제 할 일을 다 마치고는

조용히 입 다물고

다시 부를 때까지 언제까지나

구석에 얌전히 앉아 있다.  




                                               

나무들은 참 이상해
 


나무들은 참 이상도 하지
 
땡볕 내리쬐는 여름철엔
푸른색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찬 바람 쌩쌩 몰아치는 한겨울엔

옷을 홀라당 벗은 채로

알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산기슭에 서 있는지 몰라
 
엄마에게 이유를 여쭤봤더니
나무들은 옷을 갈아입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가을에 헌 옷을 훌훌 다 벗고 나면
봄이 되어서야 겨우 새 옷 한 벌

갈아입을 수 있다니,
 
그 거참 이상하죠?
우린 금방 다 갈아입을 수 있는데 말이죠.





                                                 

같은 1학년  


              


방학을 맞아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내 동생은 초등학교 1학년

외할머니는 노인학교 1학년

둘 다 1학년이다.      


동생이 한글 시간에 배운 글자를

노트에 쓰고 있으면

외할머니도 내 동생 곁에 앉아

나란히 노트를 펼쳐놓고

또박또박 따라 쓰신다.      


내 동생이 삐뚤빼뚤 써나가면

외할머니도 따라서

삐뚤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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